베를린 북한대사관 앞 석방 촉구 시위 참석한 최춘길 선교사 아들 최진영씨
(베를린= 김계연 특파원 = 북한에 억류된 최춘길 선교사의 아들 최진영씨와 독일인 게르다 에를리히씨가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북한대사관 앞에서 아버지를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4.11.1
(베를린·서울= 김계연 특파원 하채림 기자= 북한에 억류된 최춘길 선교사의 아들 진영(34)씨가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북한대사관 앞에서 아버지를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촉구했다.
진영씨는 매주 목요일 오후 북한대사관 앞 인도에서 게르다 에를리히 씨 등 독일 기독교인 모임이 여는 선교사 석방 촉구 집회에 이날 참석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한국인 억류자 석방 촉구 집회에 억류자 가족이 직접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일면식도 없고 국적도 다른 선교사들을 위해 10년 넘게 수고해 주셔서 먼 곳에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며 "선교사들을 잊지 않고 매주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진영씨는 "힘든 시기 옆에 있어준 여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했다. 아버지와 다른 선교사 분들이 빨리 풀려나셔서 제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오는 12월이면 최춘길씨가 북한에 억류된 지 만 10년이 된다. 그는 중국 단둥 일대에서 북한 주민 구호활동을 하다가 2014년 12월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북한은 이듬해 중대한 간첩 협의가 있다며 최춘길씨를 무기 노동교화형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억류자 석방하라"…독일인들 10여년간 북한대사관 앞 시위
최선영 통일부 장관정책보좌관(오른쪽)이 15년째 시위에 참여하는 게르다 에를리히(85)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촬영 김계연]
북한 주민을 돕다가 체포된 한국인 선교사는 최씨와 김정욱(2013년)·김국기(2014년)씨 등 3명이다. 2016년에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북한이탈주민 3명이 더 억류됐다.
독일인 기독교 신자들은 2009년부터 북한 주민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다가 선교사들이 억류된 이후에는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모여 한결같이 '기독교인 박해 반대한다', '북한 강제수용소 문을 열어라', '미사일과 핵무기 대신 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은 북한군 러시아 파병 소식에 '푸틴을 위한 북한 군인은 없다'라는 구호가 추가됐다.
진영씨는 이들에게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를 상징하는 '세송이 물망초' 배지를 달아줬다. 통일부도 집회 참석자 이름을 새긴 감사패를 마련했다.
독일 주재 북한대사관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감사패를 전달한 최선영 통일부 장관정책보좌관은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인류애 실천에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며 "정의와 사랑을 위한 어르신들의 여정에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 현장과 전화로 연결된 김정욱·김국기 선교사의 가족들도 집회 참가자들에 감사를 표했다.
김국기 선교사의 아내 김희순씨는 "시위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이 모두 건강하셔서 억류된 한국인들이 모두 풀려나는 것을 직접 보시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국 선교사의 아내도 같은 소망을 전했다.
감격스러운 만남에 앞서 진영씨 일행은 이날 오전 독일 하원 인권위원장실의 라이너 리페 수석보좌관을 면담하고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독일의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리페 수석보좌관은 "독일 하원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인 억류자 석방 촉구 집회 참가한 독일인들에게 전달된 통일부 장관의 감사패
[통일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앞서 진영씨는 28∼30일 마가리타 네체바 유엔인권이사회 임의구금실무그룹(WGAD) 국장, 모하메드 호하메드 호제이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아시아태평양국장, 울로프 스쿡 유럽연합(EU) 인권특별대표, 윌리 포트레 '국경 없는 인권'(HRWF) 대표를 각각 면담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김정욱 선교사의 아들 도엽씨 등 억류자 가족들이 쓴 편지를 전달하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관여와 협조를 호소했다.
스쿡 EU 인권특별대표는 "북한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게 하고, 북한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가능한 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지속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포트레 HRWF 대표는 'HRWF 뉴스레터' 한국인 억류자 특별호를 발행하고, 자신이 특파원으로 활동하는 유러피안 타임스에서도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인 억류자 석방하라"…독일인들 10년 넘게 시위
31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북한대사관 앞에서 게르다 에를리히씨(오른쪽 둘째) 등 독일인들이 최춘길 선교사 등 북한에 장기 억류된 한국인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최춘길 선교사의 아들 진영씨(오른쪽)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