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무 "트럼프, 사회 병리자·국제질서 위협"→"협력 기대"비난 주고받던 마크롱도 즉각 통화…호주 주미대사는 과거 비판발언 삭제
7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 보도한 영국 신문들
[AFP ]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과거 그를 비판했던 서방 지도자들이 급히 태세를 전환,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집권 1기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부담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유럽 지도자들은 이제 과거는 묻고 새로운 협력을 강조하는 '어색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예상되자 엑스(X·옛 트위터)에 축하 글을 올리고 "앞으로 몇년간 당신, J.D. 밴스 상원의원과 함께 일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외교 수장으로서 으레 할 만한 따듯한 인사로 보이지만, 6년 전 그의 글을 비춰보면 낯뜨거운 면도 있다.
그는 노동당 평의원 시절인 2018년 시사주간지 타임에 칼럼을 기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반대한다며 그를 '여성을 미워하고 네오나치를 동조하는 사회병리자', '국제 질서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 불렀다.
2019년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만적이고 부정직하고 외국인 혐오적, 자기혐오적' 인물로 칭하고 "영국의 친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튿날 영국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은 래미 장관의 과거와 현재 발언을 비교하며 "글쎄, 이건 좀 어색하네"라고 제목을 달았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한 직후 곧바로 성명을 내고 "역사적인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며 "영·미의 특별한 관계는 몇 년이고 번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가 축하 인사를 건네기 불과 몇주 전엔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영국 노동당 인사들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지원해 대선에 개입했다며 연방선거위원회(FEC)에 고소한 바 있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회담 후 담소 나누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숄츠 독일 총리, 스타머 영국 총리.
[AP 자료사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그와 재빨리 전화 통화를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복잡한 사이다.
한때 20여초 이상 손을 맞잡은 긴 악수를 나누는 등 '브로맨스'(연애를 방불케 하는 남성들간의 깊은 교감·의리)로도 회자되던 두 지도자의 관계는 2018년부터 균열이 생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트럼프 당선인은 프랑스 와인 관세, 실업률, NATO 방위비 부담 등을 거론하며 상대방을 거칠게 비난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통화 직후 프랑스는 양측이 '매우 따듯한 대화'를 나누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갈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로 호주에서도 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호주 총리를 지낸 케빈 러드 현 미국 주재 대사는 과거 트럼프 당선인을 비판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과 웹사이트 댓글을 삭제했다. 호주는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협력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러드 대사는 2020년 트럼프 당선인을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대통령', '서방에 대한 반역자'라 불렀다.
그는 7일 성명을 내고 과거 발언은 미국의 독립 싱크탱크의 수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한 것으로, 호주 정부의 견해를 반영하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미 대통령 직책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또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과거 발언을 삭제했다며, 양국 동맹 강화를 위해 트럼프 당선인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태도를 급선회한 남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과거 트럼프 당선인에게 매서운 비난을 퍼부었던 인물 중 한명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당선인을 '뉴욕 마피아의 강탈자', '불쌍한 인종차별주의자 카우보이' 등으로 불렀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하자 생방송에서 "첫 정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에게 좋지 않았지만 이것은 새로운 시작"이라며 '윈윈'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자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