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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낮은데…퇴직연금 개인가입자 작년 3천600억 수수료 부담
기사 작성일 : 2024-11-11 08:00:33


[TV 제공]

서한기 기자 = "가입한 퇴직연금 운용 보험사의 자산관리사(FP)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설명해준 펀드를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고 의심 없이 그대로 들었는데, 몇 년 뒤에야 수수료가 1.7%에 달한다는 걸 알았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봤어야 했지만, 보험사는 수수료 확인이 헷갈리게 돼 있다. 3년이 지나도 수익률은 마이너스였고, 결국 2천만원 손실을 보고 해지했다. 자기들 펀드 상품 중에 수수료가 가장 높은 것을 소개해준 보험사의 영업행태에 배신감을 느낀다."

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기사에 꼬리표처럼 붙는 경험담이다.

수익률에 견줘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 퇴직연금 수수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는 전문가들조차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11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근퇴법)'에 따라 사업장의 사용자는 일정 금액(급여의 8.33%)을 보험료로 떼어 외부 금융기관(퇴직연금 사업자)에 맡겨야 한다. 금융사는 이를 운용해서 수익을 낸 뒤 가입자(기업 혹은 근로자 개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보험·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크게 퇴직연금 운용관리와 자산관리, 펀드 소개에 따른 비용 등의 명목으로 수수료를 부과한다.

구체적으로 운용관리 수수료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방법에 대한 컨설팅 및 설계, 적립금 운용 현황에 대한 기록관리, 가입자 교육 등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다.

자산관리 수수료는 적립금의 보관·관리, 운용지시 이행, 연금을 포함한 급여 지급 등의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말한다.

펀드 총비용은 펀드 같은 실적배당상품과 관련해 퇴직연금 사업자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받아 가는 각종 보수(운용·판매·수탁·사무관리 보수)와 수수료(선취·후취·매매 중개 수수료)를 뜻한다.

문제는 수수료 부과 기준과 수수료율을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정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퇴직연금 금융상품에 대한 부과 기준과 수수료율은 퇴직연금 사업자별, 업권별(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상품별로 제각각이다.

게다가 이런 수수료를 누가 지불해야 하는지, 그 부담 책임을 놓고서도 확정급여형(DB형)·확정기여형(DC형)·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퇴직연금 제도유형별로 차이가 있다.

현행 근퇴법 시행령 제4조와 제19조는 수수료 부담 주체를 명시해놓고 있다.

사용자(기업)에게 관리책임이 있는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기업형 IRP에 대한 수수료(운용관리, 자산관리 수수료)는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반면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DB형 및 DC형, 기업형 IRP에 근로자 개인이 추가로 넣은 부담금', '퇴직 후 DB형 및 DC형, 기업형 IRP의 수령분'에 대한 수수료는 가입자(근로자) 개인이 지불책임을 지도록 했다.

특히 가입자 개인이 운용 결과에 책임을 지는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금융사의 소개로 펀드 상품에 투자할 경우에는 수익 여부와 관계없이 여기에 드는 보수와 수수료 등 제반 비용은 전액 가입자 개인이 짊어져야 한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의 '퇴직연금 비교공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사용자(기업)가 부담한 수수료를 제외하고 개인 가입자가 42개 금융사에 지급한 연간 수수료는 3천604억9천400만원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확정기여형(DC형)의 펀드 총비용 1천176억1천100만원,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운용관리 수수료 421억6천만원, 자산관리 수수료 676억5천600만원, 펀드 총비용 1천330억2천200만원 등이었다.

[금융투자협회 펀드 수수료 내용](단위;%)

 구분보수기타 비용 보수BTER수수료운용판매수탁사무관리보수합계AA B선취후취매매·중개수수료율합계펀드 평균0.433 0.425 0.033 0.015 0.906 0.066 0.972 0.106 0.003 0.158 1.239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더불어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소득 보장 장치이지만,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은 데다가 운용성과와 관계없이 적립금 규모에 따라 수수료를 떼어가는 시스템 탓에 수익률을 높이려 금융사 간 경쟁할 유인이 떨어지다 보니 고객 신뢰도가 상당히 낮은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는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가입 혜택이 적은 데다가 불필요한 수수료가 과다하게 부과되는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금융사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을 촉진하도록 수수료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통일된 수수료 공시 방법을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시하고, 모든 퇴직연금 사업자가 이를 따르도록 강제하는 등 퇴직연금 관리 당국의 보다 강력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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