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집을 잃고 슬퍼하는 오데사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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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울= 신창용 특파원 서혜림 기자 =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으로 전력 시설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우크라이나가 전국적으로 순환 단전에 들어간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사 우크레네르고는 이날 성명에서 전력 시설 손상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전력 공급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우크레네르고는 "월요일(1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임시 정전이 발생할 것"이라며 "작업자들이 가능한 한 빨리 피해를 복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전력망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단시간 내 원상복구가 어렵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정전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미사일 약 120발, 드론 약 90기를 동원해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적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에너지 시설이었다"며 "불행히도 공습과 파편 낙하로 인해 이들 시설이 손상됐다"고 말했다.
헤르만 갈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도 같은 날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전력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 벌어졌다며 "적들이 우크라이나 전역의 발전·송전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총 210개의 공중 표적 중 144개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격은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북부, 남부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이뤄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군사 산업 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필수 에너지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았으며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민간인 9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남부 오데사 지역에서는 전력 시설이 파괴되고 2명이 사망했다. 우크레네르고는 이후 사망자들이 모두 자사 직원이라고 밝혔다.
남부 미콜라이우에서는 밤사이 드론 공격으로 여성 2명이 사망하고 어린이 2명을 포함한 7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 헤르손에서도 51세 여성이 드론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중남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니코폴에서는 국영 철도 회사 직원 2명이 차량 기지 공격으로 숨졌다고 세르히 리삭 주지사가 밝혔다.
동부전선 근처 자포리자도 폭격을 받았고, 중부 크리비리흐, 리우네, 서부 리비우 등지에서도 다수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오데사 주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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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원자력 발전소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변전소 피해로 인해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9기 중 2기만이 최대 용량으로 전력을 생산 중이라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밝혔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전력 시설을 집중적으로 파괴해왔다.
이는 정전과 난방 등을 어렵게 만들어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축시키려는 심리전 성격도 지녔다고 평가돼왔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8월에도 우크라이나 전역에 200발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감행해 에너지 기반 시설에 큰 타격을 입힌 바 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평화로운 도시와 잠자는 민간인, 중요한 기반시설을 겨냥해 가장 큰 공습 중 하나를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부 최전선인 우크라이나까지 서부까지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지자 나토 동맹국 폴란드가 자국 내 전투기를 출격시키기도 했다.
다만 전투기는 폴란드 영공 내에 머물렀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폴란드 작전사령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우크라이나 서부 등을 겨냥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에 대응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병력과 자원을 동원했다"며 "대기 중인 전투기 조를 출격시켰고 지상 기반 방공망과 레이더 정찰 시스템을 최고 경계 태세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대응은 "위협받은 곳과 가까운 지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이 아닌 잠재적 위협에 따른 예비적 대응이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폴란드 작전사령부는 러시아의 이번 우크라이나 공습에는 순항 미사일, 탄도 미사일, 드론(무장 무인기) 등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서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토 동맹국으로서 그간 러시아가 전선을 벗어나 우크라이나 영토 깊은 곳을 공습할 때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