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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마크롱…총리 불신임에 거세진 동반 사퇴 압박
기사 작성일 : 2024-12-05 13:01:01

사우디를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알룰라 AFP= 4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알룰라 인근 고고학 발굴지를 방문하고 있다. 2024.12.5

황철환 기자 = 프랑스 정부가 야권과의 극단대치 끝에 4일(현지시간) 붕괴하면서 가뜩이나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최악의 궁지에 몰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 하원은 이날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재적 574명 중 311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승부수로 던진 조기총선에서 구사일생해 극우 정당의 의회 1당 장악을 막아냈으나 장고 끝에 낙점한 총리가 3개월 만에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기록되며 물러나는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정부 붕괴로 마크롱은 두차례 대통령 임기 중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짚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조기퇴진은 '정치적 픽션'에 불과하다며 임기 완주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야권의 퇴진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불신임안 통과를 주도한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 등에서는 벌써 마크롱 대통령도 동반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바르니에 정부의 붕괴를 이끈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원내대표는 당장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이 모든 혼란의 원인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도 "마크롱의 퇴진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달 24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오독사 여론조사에서 역대 최저치인 25%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75%는 그의 국정운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잔여임기는 2027년 3월까지 2년 넘게 남아 있지만 이미 '레임덕'(lame duck·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절름발이 오리에 빗댄 말)에 빠져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마크롱 대통령은 야심 차게 준비해온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도 정부 붕괴라는 정치적 혼란의 부담 속에 치르게 됐다.

파리의 상징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개관 기념식은 7일 열리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해 주요 정상급 인사가 대거 참석한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마크롱 대통령이 기념식을 치르기 전에 후임 총리를 임명하는 등 새 정부 진용을 갖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대표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마린 르펜 RN 대표가 조기 대선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검찰은 지난달 르펜에게 징역 5년형을 구형하고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해달라고 요청했다.

르펜은 유럽의회 활동을 위해 배정된 유럽연합(EU) 예산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내년 3월 31일 예정된 선고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대선 출마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더타임스는 "르펜은 마크롱이 임명할 다음 총리도 바르니에와 같은 운명을 맡는다면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하야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르펜에겐 그 일이 빨리 벌어지길 바랄 이유가 충분하다"고 전했다.

이어 "마크롱이 (르펜 선고) 전에 사임한다면 르펜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그랬듯 대선에 출마해 법적 위험의 싹을 자르려 시도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화마를 딛고 재개관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 AFP=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에서 행인들이 재개관한 대성당의 사진을 찍고 있다. 20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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