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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건 없다"…95세 때 라틴그래미 신인상 받았던 수상자 별세
기사 작성일 : 2024-12-09 08:01:00

2022년 라틴 그래미 신인상 수상자 앙헬라 알바레스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 이재림 특파원 = 라틴팝 음악계 주요 시상식으로 꼽히는 라틴 그래미에서 2년 전 95세의 나이로 신인상을 받은 앙헬라 알바레스(본명 앙헬라 엘비라 포르티야 에차바리아)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빌보드 스페인어판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향년 97세.

그의 손자이자 작곡가인 카를로스 호세 알바레스는 빌보드 스페인어판에 "이 세상을 제 할머니와 공유할 수 있게 돼 제겐 행운이었다"며 "할머니는 제게 선물 같은 사람"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할머니의 최초이자 유일한 앨범을 제작한 바 있다.

1927년 6월 13일 쿠바 카마구에이에서 태어난 앙헬라 알바레스는 결혼 후 4명의 자녀를 낳은 뒤 쿠바 혁명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왔다.

1962년 미국 프로그램에 따라 자녀를 먼저 콜로라도 지역 고아원에 보냈다가 나중에 아이들과 합류했다고 한다.

청소 같은 잡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고된 삶 속에서도 기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알바레스는 90세 때 로스앤젤레스(LA) 아발론 할리우드에서 첫 콘서트를 열었고, 94세가 된 2021년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붙인 첫 앨범을 냈다.

미국 연예매체 피플은 알바레스가 과거 수십 년간 나름대로 작곡하며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곡들은 친구나 가족 등에게만 들려줬다고 한다.

알바레스의 삶과 음악 여정은 '미스 안젤라'(앙헬라의 미국식 발음)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2021년)에도 담겼다.

알바레스는 생전 인터뷰에서 "음악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거나 무언가를 기억해 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며 "완성해 노래를 부르면 그게 바로 곡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2022년 라틴 그래미에서 최고령 신인상을 받았을 때다.

95세의 백발 '샛별'은 눈물을 훔치는 청중 앞에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며 "때가 늦었다고 할 것은 결코 없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는 또 환한 미소와 함께 "삶은 힘들어도 항상 탈출구는 있으며, 믿음과 사랑만 있다면 반드시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겨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3명의 자녀(딸은 사망), 9명의 손자, 15명의 증손자가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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