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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이는 집에 못가"…충격에 몸 가누지 못한 금광호 유족
기사 작성일 : 2024-12-09 14:00:29

경주동국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

(경주= 김선형 황수빈 기자 = "40년 이상 배를 타셨어요. 이제는 쉬시라고 했는데…"

9일 경주 앞바다에서 전복된 어선 금광호의 선장과 기관장 시신이 안치된 경북 경주시 동국대병원 장례식장.

장례식장에는 기관장 황모(75) 씨의 빈소만 차려진 상태였다.

급하게 차려진 빈소 안내판에는 고인의 이름 석 자만 덩그러니 적혀 있어 황망함이 더해졌다.

먼저 도착한 한 유족은 아무것도 없는 빈소에 우두커니 홀로 서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멍하니 허공만 응시한 채였다.

오전 11시 30분께 기관장 황씨의 빈소에서 만난 아들 황모(48)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황씨는 "지난 토요일에 출근했다가 그냥 잘 계시는가 싶어서 전화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라며 "요새는 전보다도 서로 대화도 더 늘어나고 그랬는데…"하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 황씨는 출근했다가 병원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접하고는 장례식장을 찾았다.

해경으로부터 사고 경위나 관련 연락조차 받지 못한 채였다.

유족에 따르면 기관장 황씨는 유독 건강했다고 한다.

최근 증손주를 본 그에게 가족은 뱃일을 그만두라고 권했지만, 그는 한사코 "유일한 낙"이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아직 빈소의 형태가 갖춰지지 않은 우모(80) 선장의 유족들은 울음바다였다.

고인은 60년 된 뱃사람이었다. 선장이 된 지는 40여년째였다.

우 선장의 아내는 갑작스러운 이별로 인한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아내는 "나 당신 없이 집에 못간다"며 망인이 된 남편을 향해 서글피 울었다.

유족은 곁에서 우 선장의 아내를 부축했다.

아들 우모(53) 씨는 "아버지는 뱃일하면서 단 한 번도 사고를 안 냈다"라며 "평소 술은 입에도 안 대는 성실한 분이셨다"라고 기억했다.

가족은 이날 오전 7시께 청천벽력 같은 사고 소식을 접했다.

이들은 모두 경주 감포 지역 사람으로 알려졌다.


경주동국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

29t급 저인망 어선인 금광호는 이날 오전 5시 43분께 경북 경주시 감포항 남동쪽 약 6㎞ 앞바다에서 456t급 모래운반선과의 충돌사고로 전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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