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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동 뒤흔든 '시리아 난민' 실마리 풀릴까
기사 작성일 : 2024-12-09 19:00:58

튀르키예에서 아사드 정권의 몰락을 축하하는 시리아인들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 송진원 특파원 = 13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이 8일(현지시간) 반군의 갑작스러운 승리로 끝이 나면서 전쟁을 피해 인근 중동국가와 유럽에 피신한 시리아 난민 문제가 실마리를 찾게 될지 주목된다.

반군의 발표대로 시리아가 과도 정부를 거쳐 치안·안보가 안정된다면 외국에 있는 수백만의 난민이 귀국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등록된 시리아 난민 수는 총 481만9천여명이다. 이 중 90% 가까운 432만여명이 인근 튀르키예, 레바논, 요르단에 거주하고 있다. 시리아 내 이주까지 포함하면 실향민 규모는 1천만명이 훌쩍 넘는다.

시리아 국민은 2011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반군 세력 간 내전이 본격화하자 전쟁을 피해 이들 세 나라 등 인접국으로 피난했다.

시리아 내전은 2015년 정부군과 반군,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 알카에다 연계 세력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일대 혼란에 빠졌다. 민간인 학살에 폭격, 테러 등이 이어지면서 수백만 명의 시리아인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내전 초기 시리아 난민을 수용했던 튀르키예와 레바논 등도 경제·사회적 부담으로 불어나는 난민을 수용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난민 캠프의 생활 상태도 열악해지자 시리아 난민들은 튀르키예를 넘어 유럽 땅으로 대거 이동해 새 정착지를 찾았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끌던 독일을 비롯해 일부 유럽 국가가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난민의 유럽 이동이 가속했다.

여기에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내전이나 정부 탄압, 기근 등을 피해 나온 난민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유럽엔 난민 위기가 닥쳤다.

일부 국가는 경제적·사회적 부담과 문화적 위협 등을 이유로 난민 수용을 거부하거나 국경을 폐쇄하기도 하면서 난민 문제는 유럽 통합까지 뒤흔드는 초대형 변수가 됐다.

이 시기, 유럽 각국의 극우 정당들은 난민 유입에 대한 자국민의 불안과 두려움, 불만을 이용해 세력을 대폭 확장했다. 대표적인 게 독일의 독일대안당(AfD), 프랑스의 국민전선(현 국민연합·RN),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헝가리의 피데스(Fidesz) 등이다.

이들 극우 정당은 난민 탓에 범죄가 늘어났다거나, 자국민이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주장을 펴며 여론의 반감을 자극했다.

이런 전략이 성장 둔화, 고물가 등 각국의 경제 위기와 맞물려 유권자층에 먹혀들어 가면서 극우 진영은 이제 핵심 정치 세력으로 지위를 굳히고 있다.

난민에 가장 관대했던 독일마저 최근 체류 난민을 줄이려고 송환·추방을 위한 제도와 절차를 마련할 만큼 난민에 대한 유럽 내 정서는 악화일로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 내전이 종식됐다는 소식은 시리아 난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시리아 내 피난처에 있는 시리아 아이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당장 난민들이 시리아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난민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시리아 내 정치적 안정과 경제 재건이 이뤄져야 한다. 10여년 간의 내전으로 황폐화한 만큼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시리아 반군이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긴 했지만 인권을 추구하고 안정된 정권이 들어선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난민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유럽 각국이 종전 사실 자체만으로 시리아를 안전 국가로 규정하고 송환·추방의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시리아 난민의 상당수가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의 탄압을 피하려했던 수니파 주민인 만큼 수니파 반군의 승리를 계기로 귀향길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튀르키예의 하칸 피단 외무장관은 8일 "오랜 내전 동안 고국을 등져야 했던 시리아인 수백만명이 이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며 이들의 귀국을 돕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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