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지난 5월 27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강릉교회 주차장에서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 기능 재연시험이 진행됐다. 사고 차량과 같은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이 모닝 차량과 동일한 크기의 모형 스티로폼 앞에서 AEB 기능 작동으로 인해 멈추어 서 있다. [ 자료사진]

(강릉= 박영서 류호준 기자 =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유가족 측과 KG모빌리티(이하 KGM·옛 쌍용자동차) 간 손해배상 소송에서 차량 전문가가 증인석에 선다.

자동차의 주 컴퓨터이자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에 관한 전문가의 최초 법정 증인이라는 점에서 발언 내용은 물론 이번 재판의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3시 도현이 가족 측이 KGM을 상대로 제기한 7억6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 여덟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이날 재판에서는 도현이 가족 측이 신청한 증인 박정철 변호사가 증인석에 오른다.

박 변호사는 티볼리 차량에 장착된 ECU를 제조한 회사에서 5년간 근무한 ECU 시스템 엔지니어로 ECU 개발 경험과 ECU에 관한 전문 지식을 겸비한 인물이다.

그는 재판부에 낸 진술서에서 ECU의 구조가 복잡해 차량 출력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다양하며, 개발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은 소프트웨어 결함이 양산 이후 드러나기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ECU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에는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가속, 즉 급발진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제조사도 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에러 진단 로직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강릉=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지난 4월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재연 시험을 지켜보고 있다. [ 자료사진]

박 변호사는 사고기록장치(EDR) 기록만으로는 차량 결함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급발진 조사가 단순히 부품 하드웨어와 EDR 기록 검증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현행 검증 방식만으로는 급발진 문제를 충분히 규명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ECU 소프트웨어 결함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부터 이를 수정해나가는 과정, ECU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발생 가능성, ECU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시 사고기록장치(EDR) 자료의 신뢰성에 관한 발언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도현이 가족 측이 줄곧 '급발진 사고가 ECU의 결함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주장해온 만큼 이를 뒷받침할 증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도현이 가족뿐만 아니라 급발진 의심 사고 소송에서 운전자들이 ECU 결함에 의한 급발진 가능성을 주장했으나, ECU 전문가가 법정에서 증언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이번 증인신문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한편 지난 변론기일에서 KGM 측도 신속하게 전문가를 섭외해 도현이 가족 측의 의견을 반박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아직 전문가 증인을 신청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날 증인신문을 끝으로 법관 정기인사 전인 내년 2월께 판결을 선고할 방침이다.

(강릉=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지난 5월 27일 오전 강원 강릉시 강릉교회 티지홀에서 도현이 가족의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가 지난 4월 이뤄진 국내 첫 재연시험의 감정 결과를 밝히고 있다. [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