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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 팔 걷어 붙인 스웨덴…한강 "문학 읽는 근육 길러야"
기사 작성일 : 2024-12-10 09:01:00

스톡홀름 대형 서점에 마련된 한강작가 코너


(스톡홀름= 정빛나 기자 =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대형 서점에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코너가 마련돼 있다. 한강 작가는 6일(현지시간) 노벨박물관을 찾아 소장품 기증식 및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노벨주간 행사에 참석한다. 2024 노벨상 시상식은 10일(현지시간) 진행된다. 2024.12.6

(스톡홀름= 정빛나 특파원 황재하 기자 =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서율을 자랑했던 '노벨문학상의 나라' 스웨덴이 '독서 증진 교육'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0일 스웨덴 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 상반기 '교과과정 연구관'을 임명해 학생들의 독서량과 문해력을 증진할 수 있는 교과과정 제안서를 마련해 내년 2월 말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정부는 지난 7월에는 모든 학교에 훈련받은 사서가 배치된 도서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강화된 학교 도서관' 법안을 발의했다.

내년 7월 발효될 것으로 전망되는 법안 시행을 위해 내년 2억 1천600만 크로나(약 283억원), 2026년에는 예산 규모를 4억3천300만 크로나(약 568억원)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도 '도서관 접근성'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통계 개발을 위한 예산을 별도 책정하는 한편 아동도서 연구소 지원 예산도 늘린다는 구상이다.

스웨덴을 다시 '독서의 나라'이자 '교육과 지식의 나라'로 만들겠다며 현 정부가 내놓은 주요 정책이다.

2022년 11월 집권한 우파 성향의 현 정부는 지난해 6세 미만 아동에 대한 디지털 학습을 완전히 중단하는 등 교육의 디지털화에도 잇달아 제동을 걸고 있다.

학교에서는 전자기기보다 '종이책'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홈페이지에서 "학생들이 읽고 이를 이해하는 능력은 모든 교과목 학습의 기본"이라며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강력한 지식 기반의 학교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목표"라고 설명하고 있다.


스웨덴 왕립도서관에 한강 등 역대 노벨문학상 소개 포스터


(스톡홀름= 정빛나 특파원 =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도서관에 내걸린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포스터. 올해 수상자인 한강의 사진이 중앙에 있다. 2024.12.9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정치적 성향이 다른 전 정부의 정책을 뒤집으려는 계산이 깔린 것이란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독서율이 월등히 높은 편인 스웨덴에서도 학생 및 젊은 층의 독서량 감소에 따른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스웨덴에서 연간 책을 1권이라도 읽었다는 응답 비율은 매년 꾸준히 80%를 웃돌다가 2022년 처음으로 78%로 내려갔다. 이는 2010년 이래 최저치였다고 이 기관은 짚었다.

통계별 표본에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10여년 전 발표된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 자료에서는 스웨덴의 평균 독서율이 85.7%로 세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로타 에드홀름 교육장관은 지난 3월 열린 '독서국가협의회'에서 "스웨덴 학생들의 독해력이 떨어지고 초등학생의 20% 이상이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학교에 더 많은 책을 비치하고 화면 시청을 줄이고, 도서관 사서 배치 등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위해 스톡홀름을 방문 중인 한강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문학 교육에 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문학 작품을 읽는 근육"을 기르는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며 "특히 입시 때문에 멈추지 않고 중고등학교를 통과하며 그런 교육을 한다면 독법도 풍요로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은 '채식주의자'의 유해도서 지정·폐기 논란에 대해 언급하면서는 "저는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들의 권한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그런데 자꾸 이러한(폐기) 상황이 생기면 아마 검열하시게 될 것 같다. 그런 게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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