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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법 개정안 다시 국회로…쌀값 영향 논의 도돌이표
기사 작성일 : 2024-12-19 11:00:16

수매한 벼 살펴보는 관계자


[ 자료 사진]

신선미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다시 국회에서 이 법안을 논의하게 됐다.

야당은 산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양곡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여당은 재정 부담만 늘릴 뿐 쌀값 지지 효과는 없다고 맞서고 있어, 법 개정을 두고 대치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양곡법을 비롯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등 농업 분야 네 개 법안에 대해 모두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 행사에 따라 법안은 다시 국회로 되돌아오게 됐다.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넘기면 법안은 시행되고 그렇지 않으면 폐기된다.

양곡법 개정안은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하고 양곡 가격이 평년 가격 미만으로 떨어지면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농안법 개정안과 재해대책법 개정안은 각각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과 생산비 지원을 골자로 한다.

이 밖에 재해보험법 개정안은 보험료율 산정 때 할증 적용을 배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 네 법안이 제도적으로 시행이 어렵고 다른 법률과 충돌한다고 법 개정을 반대해 왔다.

만일 시행 되더라도 국제 통상 규범 위반, 농산물 수급 불안 심화, 막대한 재정 부담 등의 문제가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쌀 과잉 생산을 유도하고 쌀값 하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도 산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남는 쌀 수매에 연평균 4천342억원을 투입하고 있는데, 양곡법 개정 시 수매 예산은 더 증가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쌀값 하락은 과잉 생산으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다.

식생활 변화로 쌀 소비가 빠르게 줄어, 계속 남는 쌀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6.4㎏로, 30년 전인 1993년(110.2㎏)의 절반 수준이 됐다.

이에 농식품부는 쌀값 방어를 위해서는 쌀 생산을 줄여야 한다고 보고 내년 벼 재배면적을 여의도(290㏊)의 276배 수준인 8만㏊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지방자치단체별로 감축 목표를 정하는 '재배면적 조정제'를 시행한다.

또 생산자가 양을 늘리기보다는 고품질 쌀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전통주와 쌀 가공식품 소비를 활성화해 쌀 소비를 늘리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우리쌀로 만든 우리술


[ 자료 사진]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법 개정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앞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 왔으나, 쌀값 하락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산지 쌀값은 지난 15일 80㎏에 18만5천552원으로, 정부 목표치인 20만원에 못 미친다.

민주당은 양곡법 외 다른 세 개 법안에 대해서도 농산물 수급 관리 강화와 재해 시 농민 피해 보전 강화 등 농업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양곡법 개정 논란은 앞서 두 차례 되풀이됐다.

법 개정은 지난 2022년 쌀값 폭락으로 인해 시작됐다. 풍작으로 산지 쌀값은 2021년 10월부터 하락세를 보였고, 수확기를 앞둔 2022년 9월 20% 넘게 급락했다.

이에 농업 현장에서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자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는 양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3월에는 '쌀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가격이 5∼8%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매해 쌀 가격을 안정화한다'는 내용의 양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지만, 그 다음 달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됐다.

양곡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첫 법안이기도 하다.

이후 민주당은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내용을 수정한 양곡법 개정안과 함께 주요 농산물 가격이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일부를 보전해 준다는 내용의 농안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

그러나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두 법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고,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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