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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끊어진 '부(富)의 사다리'
기사 작성일 : 2024-12-19 15:00:35

계층간 사다리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최재석 선임기자 = 우리나라에서 계층 상승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2022년 소득이동 통계'를 보면 2022년 한 해 동안 소득이 늘어 계층(소득분위를 5계층으로 나눌 때)이 상승한 국민이 17.6%에 불과했다. '부(富)의 사다리'를 한 계단 오른 사람이 5명 중 1명이 안 된다는 얘기다. 2017년 소득 하위 20%인 1분위에 속한 사람들 가운데 5년 뒤에도 여전히 1분위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31.3%에 달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에 속한 사람들은 같은 기간 63.1%가 5분위에 머물렀다. 최상위 부자층의 3분의 2 정도는 5년 뒤에도 여전히 최상위 계층에 있다는 의미다.

소득분위가 1년 전에 비해 올라가거나 내려간 사람들의 비율도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35.8%에서 2021년 35.0%, 2022년 34.9%로 점점 낮아졌다. 소득 계층 이동성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계층 이동성이 약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빈곤층이 되면 벗어나기가 어렵고 한번 고소득층에 올라가면 쉽게 내려오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면 그만큼 소득계층 양극화 현상이 굳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소득뿐 아니라 자산 면에서도 양극화는 심각하다. 지난달 나온 통계청의 '2023년 주택소유 통계'를 보면 자산 가액 기준 상위 10% 가구의 평균 주택 가액은 12억5천500만원으로 하위 10% 평균 가액(3천100만원)의 40.5배 수준이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도 더 팍팍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가공식품의 가격별 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저가상품이 고가상품보다 3배가량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물가 상승 고통을 더 겪는다는 의미에서 가격이 낮다는 의미의 '칩'(cheap)과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칩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칩인플레이션은 소득계층 간 체감 물가의 격차를 벌려 계층 간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시민들로 가득 찬 여의도


김도훈 기자 =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일대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석자들이 운집해 있다. 2024.12.14

개인의 능력과 선택으로 계층 상승할 기회가 점차 줄어든다면 그 사회는 지속적인 발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계층 이동성 보장으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는 역동성이 배가된다. 계층 양극화를 해소하고 갈등을 조정하면서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일진대 위정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고 노력하면 누구나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주창했지만 늘 구호에 그쳤다. 퇴락한 정치 때문에 2024년 겨울 또다시 국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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