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키우 인근에서 러시아군 기지 향해 대포를 쏘는 우크라이나 군인
(하르키우 AP=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외곽에서 한 군인이 러시아군 기지를 향해 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2024.12.25
임지우 기자 = 세계인들의 축제인 성탄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 지구촌 곳곳에서는 포성이 이어졌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성탄 전야부터 성탄절 당일까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쏟아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성탄절 전날인 24일 중부 도시 크리비리흐의 한 아파트에 탄도 미사일이 떨어져 1명이 죽고 15명이 다쳤다.
크리비리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같은 날 이와 별개로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날려 보낸 공격 드론 60대 중 59대를 격추하거나 전파 방해로 고장 냈다고 밝혔다.
성탄절 기념하기 위해 전선 방문한 우크라이나 어린이와 배우들
(하르키우 EPA= 24일(현지시간) 하르키우 지역 주민들이 전선에 있는 군인들을 방문해 크리스마스 기념 의식을 치르고 있다. 2024.12.25
러시아 침공 이후 세 번째로 성탄절을 맞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성탄절 오전 캐럴 음악 대신 공습경보와 포성이 울려 퍼졌다.
성탄절 이른 오전부터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전국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우크라이나 공군과 지역 당국 보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 동부와 중부, 남부, 서부 등 전국의 상공에서 미사일 비행이 확인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남동부의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는 이날 민간 시설을 노린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3명이 다쳤다고 이호르 테레호우 하르키우 시장이 밝혔다.
테레호우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하르키우는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 "도시에서 폭발음이 연달아 들리고 있고 지금도 도시로 탄도미사일들이 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성탄절 오전 지하철역에 대피한 키이우 시민들
(키이우 로이터=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공습 경보가 울리면서 시민들이 지하철역에 대피해있다.
우크라이나 제4의 도시 드니프로에서도 성탄절 오전부터 지역의 전력망을 노린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격이 이어졌다고 세르히 리삭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주지사가 밝혔다.
겨울철마다 포화가 집중되어 온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들은 이날도 집중 공격을 받았다.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의 에너지 시설들을 미사일 공격하고 있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전력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탄절 지하철에 대피한 우크라이나 시민들
(키이우 로이터=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민들이 공습 경보가 울리자 지하철역에 대피했다. 2024.12.25
우크라이나군도 반격에 나서면서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가 간밤에 날려 보낸 드론 59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흑해 해상에서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고했으나, 어디를 목표로 발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3년 가까이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성탄절은 축제 분위기 대신 슬픔에 젖은 모습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성탄절을 앞두고 한 연설에서 "불행하게도 우리는 모두가 집에 있지 못하고, 모두가 집을 갖고 있지도 못하다. 그리고 비극적으로 모든 이들이 우리와 함께 있지도 않다"고 한탄했다.
우크라이나의 인권운동가 드미트로 루비네츠는 자신의 텔레그램에서 "세계의 다른 국가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동안 우크라이나인들은 끝없는 러시아의 공격에 계속 고통받고 있다"고 적었다.
전선에서 크리스마스 이브 기념하는 우크라이나 군인들
(드니프로 EPA=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지역 인근 전선에 주둔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2024.12.25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년 넘게 전쟁 중인 가자지구에서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어린이 등 수십명이 죽거나 다치는 참변이 이어졌다.
이날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가자지구에서 공습으로 최소 21명이 숨지고 51명이 다쳤다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 등이 전했다.
가자 보건당국은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의 드론이 피란민 천막을 공격해 어린이 3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도 폭격이 떨어져 6명이 숨졌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를 데리고 건물 잔해 옆을 걷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
(데이르 알발라 AFP= 성탄절 전날인 2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한 남성이 어린이들을 데리고 길을 걷고 있다. 2024.12.25
이스라엘에서도 성탄절 오전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발사한 탄도 미사일이 영공에 진입하면서 중부 지역에서 한때 공습경보가 울렸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후티 반군이 발사한 탄도 미사일이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해 격추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 지지를 내세워 이스라엘을 공격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