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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기 잃은 유족에 식사 배달…각계 온정 답지[제주항공 참사]
기사 작성일 : 2024-12-31 14:01:15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부스


[이성민 촬영]

(무안= 이성민 기자 = "식사 못 하신 유가족분들 따뜻한 국이랑 호박죽 드시러 오세요"

31일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이 가족들의 소식을 기다리며 머물고 있는 무안 국제공항 본청사.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회원 이모(40대)씨의 갈라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물과 치약 등 생필품들이 진열된 부스에서 두손을 확성기 삼아 연신 유족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전남 함평에서 축산업 사업장을 운영하는 그는 직원들에게 사업장을 맡겨두고 전날부터 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전날 사비를 털어 800만원 상당의 떡과 음료 등을 이 부스에 마련한 데 이어 이날은 김밥 2천줄, 호박죽 800인분, 도시락 200인분 등 1천만원 상당의 음식을 준비했다.

이씨는 "사고를 접하고 가슴이 너무 아파 유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면 어떤 것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면서 "유족들이 상심한 탓인지 식사를 안해 계속 오시라고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며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계속 물품 기부와 봉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족 텐트로 식사 배달하는 봉사자들


[이성민 촬영]

온정과 위로의 손길은 공항 본청사 내 유족들이 머물고 있는 임시 텐트까지 구석구석 미쳤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곡기를 끊은 유족들을 국제라이온스광주전남지부 회원들이 일일이 찾아가 식사를 제공한 것이다.

봉사자들은 100m가량 떨어진 공항 별관동 앞 야외에 마련된 배식대에서 유족들을 대신해 밥과 국을 그릇에 퍼담은 뒤 줄을 지어 유족들이 머무는 본청사로 향했다.

4인분의 식사가 담긴 과일 상자를 안고 유족들에게 향하던 손명숙(50대)씨는 힘들진 않냐고 묻자 "유족들의 슬픔에 비해선 아무것도 아니다. 3번째 왕복하고 있는데, 10번도 더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영호(46) 국제라이온스광주전남지부 총재는 "이번 사고로 회원 한명이 돌아가셨고 회원 가족 20명이 희생되셨다"면서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회원 100명이 오늘 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야외에서 국 끓이는 자원봉사자들


[이성민 촬영]

본관동 1층에 마련된 전남도자원봉사센터 부스에서는 봉사자들이 과일과 라면, 물 등 기부 물품 수십 박스를 창고로 옮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한 센터 관계자는 "경기도와 서울에서까지 봉사하겠다고 시민들이 연락해 온다"면서 "봉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집계도 안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공항에는 사랑의 열매, 대한적십자사, KB국민은행, 신한금융그룹 희망브리지, 한국도로공사, 대한불교조계종자원봉사단 등 10여 곳의 기관·단체가 무료 밥차를 운영하거나 생필품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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