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김지연 특파원 =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옥스퍼드 자택에서 이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와 만나 인구 위기와 대응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2025.1.1

(옥스퍼드=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인구분야 석학 데이비드 콜먼(78)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와 이강호(62)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한국 사회가 인구 위기 극복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해를 앞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옥스퍼드에서 만난 두 교수는 저출생과 고령화 등 인구 위기와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콜먼 교수는 가정을 이루는 일이 더 매력적이 되도록 사회와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짚었고, 이 교수는 인구 위기를 극복할 뿐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기회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과 이후 서면을 통해 나눈 두 교수의 견해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2006년 한국이 가장 먼저 소멸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왜 한국에 주목했나.

▲ (데이비드 콜먼) 이미 한국의 출산율이 꽤 극적인 수준으로 세계 최저였기 때문이다. 누구도 미래가 어떻게 될 거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수학적으로 어떤 추세가 계속된다면 어떠한 결과가 일어나는 걸 피할 수 없다고 말할 뿐이다. 인구 예측이란 향후 추세가 어떻게 될지 경고하고 그런 가능성을 피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 합계출산율 1.0명 미만의 한국 상황을 '저출생 함정' 측면에서 본다면.

▲ (콜먼) '저출생 함정'은 출산율이 예외적으로 낮은 경우에 한하는 예외적인 경우다. 사람들은 한 가족당 아이가 한 명이고 간혹 둘이라는 생각, 많은 사람에게 형제자매가 없다는 생각에 익숙해지고 사회·경제적 환경, 주거 환경도 이에 적응한다. 이 개념을 만든 볼프강 루츠는 빠져나오는 법까진 말하지 않았다. 이는 정말, 정말로 어렵다. 저출생 함정에 빠진다면 가능한 한 빨리 나라를 구하기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 저출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콜먼) 일반적으로 저출생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질문이라면 '그렇다'. 위험한 수준의 저출생을 겪었다가 회복한 사례가 있다. 포스트 공산주의 동유럽 국가들은 공산주의 체제에서 2.0에 육박했던 출산율이 불과 수년 만에 1.2∼1.4로 내려갔다가 이후 20∼30년간 아주 높지는 않지만 회복됐다.

▲ (이강호) 2023년 하반기부터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해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출산율 최소 1.6명이 돼야 한다고 본다.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지만,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 공공 부문의 역할은.

▲ (콜먼) 정책 측면에서 출산율 1.8명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프랑스를 보면 중요한 건 가족 정책의 지속성이다. 정부가 바뀌어도 직장 여성이 아이를 가지도록 돕고 아이가 있는 여성이 일을 하도록 돕는 정책은 바뀌거나 사라지지 않았다.

[ 자료사진]

-- 저출생으로 축소사회로의 진입, 특히 지방 소멸 위기감이 크다.

▲ (콜먼) 소도시나 시골 지역은 인구가 줄고 도시 기능이 떨어지면 그곳에 거주하는 매력이 떨어져 인구가 더 줄어든다. 한국에서도 서울로 인구가 몰리지 않나. 그러면 주거 비용이 치솟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다시 저출생의 원인이 된다. 서울의 출생률이 0.55명까지 내려갔다. 끔찍한 일이다.

▲ (이) 축소사회 진입은 학교 등 과잉 인프라, 생산연령인구 부족, 소비감소, 재정부담 가속 등 심각한 사회경제 문제를 야기한다. 학교·대학의 구조조정,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활용, 국민연금 개혁과 세제 개편 등 다양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다. 줄어든 인구를 공공과 민간부문에 적절히 안배될 수 있도록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 저출생과 고령화는 노동력 부족을 뜻하기에 이민자 유입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논의로 이어지는데.

▲ (콜먼) 이민에는 문화 규범의 충돌이 따른다. 여러 그룹이 모여 워크숍을 하는 것, 함께 차 한잔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사회를 형성하는 통합의 문제다. 한국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준비가 됐는지를 봐야 한다.

-- 인구 구조가 바뀐 만큼 은퇴 연령을 높여 노동력 부족에 노령인구를 활용해야 할까.

▲ (콜먼) 필수다. 한국은 아주 건강한 인구를 갖고 있다. 출생 시 기대수명이 상당히 높고 건강한 상태로 노년기에 진입한다. 65세도 아주 겸손한 목표다. 70세는 돼야 한다고 본다.

-- 축소사회 적응 전략으로 AI 활용을 언급했는데, 인구 위기가 심화하는 한편으로 미래 세대는 AI 혁명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까.

▲ (이)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노동력을 재구성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며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여유롭고 경쟁에서 벗어난 생활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AI 자율주행 자동차는 고령화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노동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령 인구를 위한 AI 교육, 젊은 세대의 AI 전문 인력 양성, AI 산업 양성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저출생 극복을 위해 한국 사회에 조언을 준다면.

▲ (콜먼) 덜 한국적이 돼야 한다. 일에서 압박을 덜어내야 한다. 항상 일만 하지 않고 저녁까지 동료들과 함께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교육에 대해 진정(calm down)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공부하든지 최고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건 10%뿐이다. 여성의 삶과 결혼이 좀 더 편안해져야 한다. 내 동료 한 명이 늘 말하는 대로, 여성의 이익을 돌보면 인구는 스스로 돌볼 것이다. 그게 되지 않으면 인구 문제는 안 풀린다. 엄청난 보조금이나 돈을 퍼붓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