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포수 출신 불펜포수 김민석
(수원= 김경윤 기자 = kt wiz 불펜포수 김민석이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2.20.
(수원=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엔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공을 주고받지만, 정식 선수가 아닌 이들이 있다. 바로 불펜포수들이다.
불펜포수는 불펜에서 몸을 푸는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는 경기 보조요원이다.
이들은 가장 먼저 야구장에 출근해 훈련을 준비하고, 팀 훈련 중엔 투수들의 투구 연습을 직접 돕는다.
때로는 배팅볼 투수로 변신해 매일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지기도 한다.
훈련이 끝난 뒤엔 장비를 정리하고 불펜 투구한 투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경기 중엔 선수 못지않게 바쁘다. 투수들과 함께 불펜에서 대기하다가 벤치의 사인이 떨어지면 상황에 맞춰 선수들이 몸을 푸는 것을 뒷받침한다.
경기가 끝나면 장비를 정리한 뒤 가장 늦게 퇴근한다.
이처럼 불펜포수는 야구단에 꼭 필요한 존재다.
kt wiz 불펜포수 김민석
(수원= 김경윤 기자 = kt wiz 불펜포수 김민석이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2.20.
kt wiz의 불펜포수 김민석(27)은 최고의 야구 선수를 꿈꾸던 유망주였다.
그가 야구를 시작한 건 남들보다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프로야구 열혈 팬이었던 어머니의 권유 한 마디가 인생을 바꿨다.
남양주 리틀야구단에 입단한 김민석은 안양 평촌중학교를 거쳐 전북 인상고교에서 포수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영남대 재학시절인 2019년 10월엔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그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최종 예선전 출전권이 걸렸던 2019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황성빈, 최준용(이상 롯데 자이언츠), 최지훈(SSG 랜더스), 강재민(한화 이글스) 등이 당시 함께 뛰었던 대표팀 동료들이다.
현재 kt의 주축으로 성장한 토종 에이스 소형준과 포수 강현우도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했다.
김민석은 최고의 기대주로 꼽혔으나 좁은 프로의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2020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불리지 않았다. 지원한 복수 구단의 육성선수 테스트에서도 낙방했다.
이때 kt가 김민석에게 불펜포수를 제의했다. 김민석은 큰 고민 없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2024년이 저물기 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김민석은 "불펜포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보직"이라며 "비록 직접적인 조명과 응원은 받지 못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kt가 불펜포수를 제안했을 때 곧바로 달려왔다"며 "꿈의 무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선수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많은 분이 모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하는 김민석
(수원= 김경윤 기자 = kt wiz 불펜포수 김민석이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4.12.20.
김민석은 훌륭한 불펜포수가 되기 위해선 남다른 희생정신과 운동신경, 포구 능력은 물론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훈련 때는 공을 던진 투수들에게 최대한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피드백을 해준다"며 "정확하게 말해줘야 투수들이 개선할 점을 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에선 평가하기보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이야기해준다"며 "그날따라 제구와 구위가 떨어지는 구종이 나오면 최대한 순화해서 잘 전달하려고 한다. 마냥 좋다고 하면 그 공을 많이 써서 경기 결과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면서도 내 의도를 느낄 수 있도록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선수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투수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국가대표 시절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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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민석은 컴퓨터 활용 능력을 키우고 있다. 좀 더 깊은 전력 분석을 해서 선수들에게 폭넓은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다.
그는 "불펜에서 합을 맞췄던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최고의 투구를 펼칠 때 보람차고 기쁘다"며 "좀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한국 최고의 불펜 포수가 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민석은 다시 한국 최고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