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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집단 트라우마 건드려…잇단 위기에 분열 경계해야"
기사 작성일 : 2025-01-05 09:00:39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오진송 기자 = "국가적 위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고통스럽지만, 힘을 합치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함께 헤쳐 나가면 좋겠습니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5일 와 통화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제주항공 참사로 피해와 상처를 입은 국민에게 위로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심 센터장은 "최근 일련의 국가적 위기 상황은 국민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라며 "불안이나 우울, 무기력함, 불면증, 호흡 곤란 등의 반응이 나타나면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 1577-0199)'나 '국가트라우마센터 핫라인(☎ 02-2204-0001)'을 통해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 센터장은 집단적 트라우마는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에 어려운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우리나라나 민족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식의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 경험이 집단에 대한 자긍심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현장 자원봉사가 대표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희생자 추모 손 편지


(무안= 조남수 기자 = 2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울타리에 시민들의 추모 손 편지가 부착돼 있다. 2025.1.2

심 센터장은 "각자의 자리에서 피해자가 잘 회복하기를 응원하는 것도 공동체 회복에 굉장히 긍정적"이라며 "온라인 추모 게시판에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남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피해자나 유가족은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르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심리적으로 압도당할 수 있다"면서 "회사 동료나 가까운 지인 중 피해자가 있다면 이들에게 손을 빌려주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악플과 루머는 피해 당사자의 회복에 매우 부정적"이라며 "사건·사고에 대한 악의적 소문을 온라인상에 게시하거나 옮기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심 센터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우리나라 국민을 집단적 트라우마에 다시 빠지게 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라우마는 위험한 일을 겪었을 때뿐만 아니라 '겪을 뻔'했을 때도 생긴다"며 "만일 비상계엄 상황이 수습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가 트라우마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집단 트라우마는 시공간적 확장성이 있다"며 "우리 국민은 과거 비상계엄 조치에 대한 기억을 직간접적으로 공유하고 있는데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내재한 트라우마를 일순간에 건드렸고, 이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김인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기뻐하며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다. 2024.12.14

무엇보다 심 센터장은 재난적 위기 상황에서 '분열'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사람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보수적으로 행동하면서 편을 가르려는 속성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다양성을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센터장은 재난 심리지원 서비스를 표준화하는 한편 이태원 참사 등 대규모 국가 재난이 발생했을 때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 국민의 정신건강 회복에 헌신한 공적을 인정받아 최근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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