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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죽을 때까지 속죄"…방청석에선 욕설(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1-06 19:00:30

영장실질심사 마친 박순관 아리셀 대표


(수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지난해 8월 2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4.8.28 [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 이영주 류수현 기자 = 공장 화재로 2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일차전지업체 아리셀 박순관(65) 대표가 6일 법정에서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의 첫 공판기일에서 "제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밝혔다.

그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9월 24일 구속 기소된 지 약 3개월 만이다. 기소 이후 3차례에 걸친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박 대표는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PPT 발표 이후 "유족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재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박 대표는 녹색 수의 차림으로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방청석을 향해 미리 적어 온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박 대표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고인이 되신 피해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저는 아리셀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리셀은 수년간 적자인 탓에 제 개인 돈으로 합의금을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 다 합의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원만히 합의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화재 원인을 찾아라


(화성= 2024년 6월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4.6.25 [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책임을 회피할 생각 없다. 앞으로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 사고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한 뒤,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만 박 대표는 자신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박 대표 변호인은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은 아리셀을 대표하거나 총괄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며, 이날 박 대표도 변호인과 같은 의사임을 밝혔다.

이날 수원지법 201호 법정에는 유족과 변호인 등 20여명이 참석해 재판을 지켜봤다.

유족들은 박 대표가 사과문을 읽자 "경영책임자 아니어서 책임 못 진다며, 이것도 사과냐"라고 소리치고 욕설을 내뱉거나 한숨을 쉬는 등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재판을 마치고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표 등 관련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재차 요구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 단장을 맡은 신하나 변호사는 "박순관 대표의 사과는 외형만 보면 굉장히 예의 있게 유족을 향한 것으로 보이지만 저희가 사고 발생 이후 보낸 6개월을 생각하면 오히려 기만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며 "그동안 유족과 만남을 거부하다가 형사 재판에 처음 나와 유족을 향한 기만적인 사과를 했다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남은 재판 동안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아리셀과 박순관, 박중언(박순관 대표 아들·아리셀 총괄본부장)은 이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자기 잘못을 뉘우치면 좋겠다"고 했다.

두 번째 공판 기일은 이틀 뒤인 오는 8일에 열리며 피해자 측 변호인이 아리셀 사고와 관련해 의견 진술을 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같은 해 9월 24일 구속 기소됐다.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다른 임직원 등 6명과 아리셀을 포함한 4개 법인도 각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아리셀이 2020년 5월 사업 시작 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매출 증대를 위해 기술력 없이 불법 파견받은 비숙련 노동력을 투입해 무리한 생산을 감행하다가 사고를 야기한 것으로 판단했다.


눈물 흘리는 아리셀 화재 희생자 유가족들


(화성= 2024년 8월 11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열린 '아리셀 공장 화재 희생자 49재'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8.11 [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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