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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류호준 기자 = 간첩으로 몰려 수사기관에 의해 불법으로 구금돼 가혹행위를 겪었던 동해안 납북귀환 어부들이 국가로부터 보상받게 됐으나 인정된 위자료 규모가 청구 금액에 크게 못 미치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재판부는 국가가 저지른 불법 행위를 인정하면서 이례적으로 납북귀환 어부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민사부(김현곤 지원장)는 9일 납북귀환 어부와 그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4건에 대해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납북귀환 어부들이 주장한 ▲ 납북 과정에서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점 ▲ 귀환 후 간첩으로 몰려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고 형사처벌까지 받은 점 ▲ 처벌 이후 지속적인 사찰을 당한 점 ▲ '빨갱이'로 낙인찍혀 명예훼손을 당한 점 중 3가지만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납북 과정에서 어부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점에 관해서는 당시 해상경비력이 약한 점 등을 근거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상 규모에 있어서는 판례와 구금 기간 등을 고려해 납북귀환 어부들이 청구한 금액의 10%가량으로 정했다. 사찰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가족 중 일부의 피해는 전액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납북귀환 어부들이 청구한 검찰총장 명의의 사과문 게재는 법리 검토 결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으로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겪었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 관련 불법 행위는 국가 기관에 의해 자행된 반인권적 행위로 위법성 정도가 중대한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재판장으로 나선 김현곤 속초지원장은 납북귀환 어부들에게 이례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김 지원장은 주문을 낭독한 뒤 "제가 모든 국가기관을 대표해 사과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면서도 "50여년 전 국가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기본권 보장 책무를 다하지 않은 점에 대해 국가기관과 사법부 일원으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쏟아지는 비를 피하게 할 수도, 같이 맞아주지도 못해 안타깝다"며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버티고 견디시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덧붙였다.

재판이 끝나자 납북귀환 어부들과 그 가족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특히 '불법 구금'에 대해서는 그 기간에 따라 보상액이 결정됐지만, 이후 자행된 '사찰'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납북귀환 어부들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춘삼 납북귀환 어부 피해자 모임 대표는 "납북 어부들이 어떠한 법적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구금당했는데 위자료가 턱없이 적다"며 "억울한 부분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판결문을 받아본 뒤 항소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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