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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호주, 난민 인정자도 국외시설 집단 감금…인권협약 위반"
기사 작성일 : 2025-01-10 13:01:04

나우루 내 호주 난민 수용소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 = 호주가 난민으로 인정받은 미성년 망명자들을 국외에 설치한 수용소에 집단 구금해 유엔 인권 조약을 위반했다고 유엔이 지적했다.

10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유엔 인권위원회는 호주가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 인권 협약 내용 가운데 '구금되지 않으며, 구금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2013년 보트를 타고 호주로 가던 중 붙잡힌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스리랑카, 미얀마 출신의 망명 신청자 24명이 2016년에 제기한 청원에 따른 것이다.

당시 14∼17세 미성년자였던 이들은 호주로 향하던 중 바다에서 당국에 발견됐고, 호주가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에서 운영하는 수용소로 이송됐다.

이 수용소는 이미 과밀 상태였고 물과 의료 서비스가 부족했다. 이 때문에 미성년자였던 이들은 체중 감소, 불면증, 우울증, 신장 기능 이상 등 건강 문제를 겪었다.

또 이들 중 1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음에도 풀려나지 않고 나우루 수용소에 계속 구금됐다.

이에 호주 정부는 나우루 수용시설이 국외 시설로 자국 관할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면하려 했지만, 유엔은 나우루 시설이 호주 정부 자금으로 건설됐고 운영된다며 호주의 관할권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호주 정부에 피해자 보상을 하고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하라고 촉구했다.

마주브 엘 하이바 유엔 인권위원회 위원은 "운영을 외부에 위탁한다고 해서 국가가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외 수용 시설이라도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지역이 아니면 협약에 구속된다"고 강조했다.

나우루 난민 수용소는 호주 내에서도 논란이 되는 장소다.

호주는 2000년대 초 중동과 남아시아 등지에서 배를 타고 밀입국하는 난민이 급증하자 이들을 호주 대륙에 들이지 않기 위해 인근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와 나우루 등에 난민 수용 시설을 마련했다.

한때 나우루 수용소에는 1천명이 넘는 난민이 수용됐지만 인권 문제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면서 수용 인원도 줄여왔다.

현 노동당 정부가 출범하면서 나우루 수용소의 인원을 0명으로 줄이고 시설도 영구 비상 관리 상태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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