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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빈의 플랫폼S] 머스크·도요타 도시, 혁신의 미래? 기업통제 시작?
기사 작성일 : 2025-01-13 11:00:32

CES 2025에서 기조연설 하는 도요다 아키오 회장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 이광빈 기자 = 스마트시티가 이상향에서 현실 세계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지난 7~10일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5에서 진일보한 각종 기술은 최종 집결지로 스마트시티를 가리켰다.

CES에서 최근 몇 년간 스마트시티는 매해 등장하는 주요 의제로 자리 잡아 왔다. 스마트홈과 사물인터넷(IOT), 모빌리티, 에너지 효율화 등에 관한 첨단기술은 스마트시티와 연결됐다.

다만 스마트시티의 물리적 구현은 청사진에 그쳐왔는데, 이번엔 구체성을 띠게 됐다. AI 기술이 각종 디바이스와 시스템에 접목되면서 스마트시티를 뒷받침한 덕을 봤다.

특히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기조연설에서 도요타가 건설 중인 스마트시티인 '우븐 시티'(Woven city)의 올해 입주 계획을 알리면서 주목받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홈 시스템이 집 밖으로 확장해가는 가운데, 중국 가전 기업들마저도 전시장에서 스마트시티 컨셉트를 내세웠다. 각국의 스타트업들이 내놓은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도 진일보했다.


도요타가 건설 중인 우븐 시티 시뮬레이션 이미지 [라스베이거스=]

◇ 도요타의 스마트시티, 올해 입주 시작

우븐 시티는 현재 스마트시티 개념의 작은 총체로 볼 수 있다. 후지산 기슭에 축구장 100개 규모로 건설 중인 우븐 시티에는 2천여 명이 거주할 예정으로, 올해 말 입주를 시작한다.

도요타 직원과 그 가족을 포함해 글로벌 인재들이 거주할 우븐 시티는 현재 적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첨단 기술이 들어간다. 도시의 교통은 당연히 자율주행 전기차다. 인근 도쿄 이동 시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플라잉카도 상시 교통편이 된다. 도요타는 이를 위해 플라잉카 기업 조비에비에이션과 협력한다. 택배 등 물류도 자율주행 모빌리티로 해결한다. 교통 시스템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우븐 시티는 생활 공간을 넘어 실험실이기도 하다. 아키오 회장은 "새로운 제품과 아이디어를 만들고 일반 주민도 참여할 수 있는 생활 실험실"이라고 설명했다.


인형과 물병을 나르는 중국 기업 스위치봇의 로봇 청소기 [라스베이거스=]

◇ 스마트시티, 기술 문턱이 낮아진 까닭은

지난해 CES가 AI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면 이번엔 AI와 LLM(거대언어모델)이 각종 생활 제품 안으로 들어왔다.

생활 가전 등 집 안에 있는 제품이 각 가족 구성원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기술이 선보였다. 수면 중 코를 골면 온도 등 수면 조건을 조정해주거나, 책상 앞에 앉은 사람에 따라 조명과 의자 높낮이가 조정됐다.

로봇 청소기는 단순한 청소 기능을 넘어 집안 내 심부름을 해내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아직 기능이 다양하진 않으나, 배달과 문 열기 등 일부 생활 보조 기능을 해내는 사실상 집사 로봇의 초기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관련 분야에선 역시 로봇 청소기 시장을 장악해 들어간 중국 기업들이 두드러져 보였다. IOT 기기 전반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모빌리티도 스마트홈과 결합해 있다. CES 삼성전자 관에 전시된 현대차 아이오닉9에선 집안의 전자기기와 조명 등을 제어할 수 있고, 집 정전 상황에서 차량의 전기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을 보여줬다.

이런 스마트홈과 모빌리티 기술은 도시 전체적으로 연결된다. 건물과 도로 및 차량 상황 등에 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분석돼 사고 예방 및 재난 시 대피로 설정 등의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스탠스는 공장과 도시 내 재난 상황 관리, 자율주행 모빌리티 관제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스탠스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재난 시 대피로를 마련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량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도 스마트시티 비전 제시에 공을 들였다. TV와 스마트홈 기술을 과시한 하이센스는 도심 내 각종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교통 혼잡도 관리, 버스 등 차량 사고 관리, 에너지 관리 등을 하는 AI 도시 관리 플랫폼을 제시했다.



CES 엔비디아 전시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트리 G1이 관람객과 악수하는 모습 [라스베이거스=]

◇ 스마트시티 구현도 엔비디아가 열쇠?

스마트시티 모델의 발전에는 VLM(비전언어모델)이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잰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6일 CES 키노트에서 물리적 AI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계획대로라면 코스모스는 로봇과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 인간의 미세한 동작을 구현하고 각종 상황에 맞춰 자율주행 테스트가 이뤄지도록 한 가상의 3D 학습 환경 플랫폼인 셈이다. 엔비디아의 발표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엔비디아의 '물리적' 개발 플랫폼은 스마트시티 구현에도 직결된다. 도시 내 교통 통제와 재난 대응, 방범, 에너지 배분 등은 가상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진다.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거나 영상 데이터 등의 수집이 쉽지 않은 상황도 가상으로 만들어 내 대비책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스페이스X 로켓 발사 현장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와 대화하는 일론 머스크 [로이터=]

◇ '프라이버시 침해·양극화' 우려도

도요타는 우븐 시티를 놓고 인간 삶의 질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철학을 내세웠다. 우븐 시티가 여러 기술과 설루션의 총체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고 도요타는 설명했다.

스마트시티는 현재 기존 도시를 탈바꿈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도시 건설 시 적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미국 텍사스에 직원들 거주를 위해 건설 중인 이른바 '머스크 마을'도 스마트시티 개념이다.

그러나 스마트시티는 도요타가 내세운 것처럼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청사진만을 보여주진 않는다.

개인정보 노출과 양극화 등의 문제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시민에 대한 감시·통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특히 도시 내 기업 권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시의 사이버보안이 침해당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될 수 있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스마트시티는 개방과 공유, 통합의 가치 속에서 약자를 포용하는 공동체적인 삶을 구현해 가야 하는데, 기업이 이윤 추구에 지나치게 중점을 둬 이런 가치를 떨어뜨리는지 견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 권력이 공권력이 되는 도시 형태가 될 수 있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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