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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암살 진상규명 불쏘시개"…초대 헌병사령관 장흥 자서전
기사 작성일 : 2025-01-14 19:00:02

축사하는 이종찬 광복회장


류효림 기자 = 이종찬 광복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장흥 장군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5.1.14

오수진 기자 = "(백범 김구 암살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략) 간사한 국방장관이었던 신성모가 소위 '88구락부'라는 몇몇 친일파 장관들, 한민당과 함께 백범 선생 저격 음모를 계획하고, 암살에 능수인 서북청년회 회원 안두희를 매수해 군에 입대시켜 총술을 가르쳐준 후에 한독당의 입당을 교사해 거사케 한 것이다."

대한민국 초대 헌병사령관을 지낸 독립운동가 장흥 장군(전 광복회 부회장)의 회고록 '전격 교체된 초대 헌병사령관 장흥 자서전: 백범 김구 암살의 전말'이 14일 출간됐다.

1903년 고양군에서 태어난 장 장군은 1925년 상해로 건너갔으며 황포군관학교 졸업 후 중국군에 입대, 중국군 헌병 등으로 복무하며 독립운동가 신변 보호 활동을 했다.

김구 선생의 측근이었던 그는 김구 선생 서거 후 처음으로 경질된 공직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의 망명 시절, 귀국 후 활동과 퇴역 등 모든 공적 활동을 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백범 김구 암살의 전말과 이승만 대통령과 김구 선생의 관계를 평가하는 대목이다.

장 장군은 김구 선생 암살 실행 세력으로 "친일파 집합단체"인 한민당을 지목하며 "백범 선생을 원수같이 지적하고 기회가 있는 대로 정계에서 몰락시키려"했다며 "이 박사(이승만) 정권 내에 각 요직을 점유하려는 음모하에 안두희를 교사해 이런 비극을 조작해 낸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사건의 주모자는 "한민당이 새로 조직한 '88구락부', 서북청년회"라며 "개인으로서는 국방장관 신성모"라고 저격했다.

장 장군은 "(신성모가) 국방장관 직권을 이용해 범인 안두희를 극진히 우대 보호하였을 뿐 아니라 감금한 지 불과 몇개월 만에 무죄 석방"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장 장군은 백범 암살 배후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있다는 주장에는 "절대로 이 대통령께서 교사하신 것이 아니라는 것은 과거 두 분의 역사적 행적에서 증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 장군의 자서전을 언해(諺解· 한문을 한글로 풀어서 씀)한 한홍구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책 해제를 통해 "(김구 선생 암살이) 신성모와 전봉덕 등이 중심이 되어 움직인 점, 국회 프락치 사건과 백범 암살이 서로 독립된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아주 긴밀히 연결된 사건이라는 점들을 깨우쳐 준 소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백범 암살의 비밀을 밝히는 결정적인 자료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크지만, 그동안 사그라졌던 진상 규명의 불길을 되살리는 데는 충분한 불쏘시개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책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이종찬 광복회장은 축사를 통해 "원래는 금년 하반기쯤 출판하려 했는데 뉴라이트라는 사람들에게 모욕적 이야기를 들어 위기감을 느꼈고 서둘러 출판이 됐다"며 "이 책 출판은 구겨진 역사를 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장흥 장군이라는 위대한 영웅이 불행히 살다 가신 것을 회고한다"며 "해방 80주년을 맞아 다시 마음을 가다듬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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