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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울산!] '푸른 자석'으로 손쉽게 세슘 포집·처리한다
기사 작성일 : 2025-01-27 08:00:16

[※ 편집자 주 = 울산은 '산업 수도'로 명성을 이어왔습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을 이끌어온 대기업이 토양을 닦은 곳이지만, 이제는 스타트업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지역 경제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는 울산 지역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도전을 응원하는 기획기사를 매월 한 꼭지 송고합니다.]


블루마그넷이 개발한 자성 프러시안 블루 입자


[블루마그넷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 김용태 기자 = "오늘날 인류의 윤택한 삶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해온 기술들이 환경 파괴적인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되돌리는 일에 보탬이 되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원 창업 기업 '블루마그넷'(BlueMagnet)의 대표인 이기석 신소재공학과·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교수는 회사의 궁극적 목표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블루마그넷은 '프러시안 블루'에 자성을 입혀 자체 개발한 신소재 입자인 'Cs매그니토'(CsMagneto)를 이용해 방사성 물질인 세슘을 효과적으로 흡착·제거하는 설루션(CsMagnetoSys)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2월 29일 설립돼 현재 UNIST 산학협력관에 입주해 있다.

이 대표를 비롯해 총 4명의 박사급 인력이 함께 일한다.

핵심 재료인 프러시안 블루는 1700년대 인간이 합성한 최초의 안료로 푸른색을 띤다. 지금도 물감이나 청바지의 염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 프러시안 블루가 특별한 점은 바로 세슘을 흡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세슘-137이라는 동위원소가 핵분열 시 방출돼 냉각수에 섞여 나오는데, 원전에서 발생하는 핵종 중 가장 위험한 물질이다.

프러시안 블루는 이러한 세슘을 처리하는데 가장 효과가 좋은 물질로 알려져 있다.

다만 냉각수에 포함된 세슘을 처리하기에는 프러시안 블루 입자가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로 매우 작고 물에 쉽게 녹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대표는 "프러시안 블루가 자성을 띠게 만드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며 "냉각수 속 세슘을 자성 프러시안 블루 입자가 잘 흡착하면 자석으로 손쉽게 거둬들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루마그넷이 개발한 자성 프러시안 블루 입자에 Cs매그니토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마블 코믹스 '엑스맨'의 등장인물인 '매그니토'에 영감을 받은 것이다.

자기장을 생성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지닌 매그니토처럼 세슘의 원소 기호인 'Cs'를 강한 자기장으로 빨아들여 처리하겠다는 의미다.

블루마그넷 이전에도 자성을 띠는 프러시안 블루를 개발한 연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자성을 띠게 하기 위해 나노 자석을 만들고, 거기에 프러시안 블루를 코팅하는 복잡하고 비싼 공정을 사용해야 했다.

또 코팅을 위해 염산을 사용해야 하는 점 등 친환경적이지 않은 공정이 사업화에 걸림돌이 됐다.

반면 블루마그넷은 나노 자석과 프러시안 블루를 따로 합성하지 않고 한 번에 합성한다.

이 대표는 "대량 생산에 적합하고, 단가도 매우 낮은 데다 친환경적인 공법이라는 점에서 기존 방법의 문제를 대부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임을 확인하고 창업을 결심했다"며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했다면 한 번에 합성하는 신공정과 이를 통한 신소재를 개발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마그넷 대표인 UNIST 이기석 교수(가운데)와 연구진


[블루마그넷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대표는 당초 자성 프러시안 블루 입자를 세슘 포집을 목표로 개발한 것은 아니었다.

창업 전 이 대표는 연구진과 함께 푸른색 자석을 만들기 위해 프러시안 블루와 자석 입자의 합성을 시도했다.

하지만 의도했던 푸른색은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아 이 대표와 연구진은 낙담하고 다른 연구로 옮겨가게 됐다.

이 대표는 이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관한 보도를 보던 중 우연히 프러시안 블루의 탁월한 세슘 포집 능력을 접하게 됐고, 잊고 있었던 입자를 다시 가져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면서 함께한 대학원생들과 창업에까지 이르게 됐다.

현재 블루마그넷은 프러시안 블루 입자를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와 자성을 이용한 수득(포집) 시스템 기술 완성에 매진하고 있다.

또 기술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 관련 업체와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Cs매그니토를 이용한 중금속과 미세 플라스틱 흡착 관련 연구와 설루션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프러시안 블루는 세슘 외에도 탈륨, 납, 구리, 수은, 카드뮴 등 중금속 흡착에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고 있고,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 흡착 능력도 보고되고 있어 수득 방법이 구현된다면 이러한 분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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