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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사망사고' 교사 과실 인정될까…50만 교원 주목
기사 작성일 : 2025-01-28 08:00:38

"체험학습 중 사고로 제자 잃은 교사 무죄 촉구"


(춘천= 2024년 4월 16일 강원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체험학습 중 사고로 제자 잃은 교사 무죄 판결 탄원' 기자회견에서 강원교사노조와 초등교사노조 등 전국 교원노조와 더불어민주연합 백승아 공동대표(강원교사노조 전 위원장)가 해당 교사의 무죄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자료사진]

(춘천= 박영서 기자 = "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죽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안전에 관련된 일이잖습니까. ○○이가 너무 억울하지 않도록 좋은 판례로 남아서 교사분들한테 경각심을 심어주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유가족)

"그날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동영상처럼 아직도 재생됩니다. 그때마다 사건을 막지 못해 몸부림치는 죄책감이 아닌 그리움이 떠오릅니다", "유가족분들께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인솔과정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사고를 막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교사들)

2022년 11월 강원 속초시 한 테마파크에서 초등학교 현장 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의 형사책임을 둘러싼 교사들의 결심공판이 열린 지난 21일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다.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가족도, 아끼는 제자를 잃은 선생님들도, 이를 지켜보는 동료와 가족들이 울먹이거나 눈물을 닦아내는 소리가 법정을 채웠다.

'교권 보호' 이슈와도 연결되어 전국 교원들이 주목하는 이 사건은 이제 다음 달 11일 1심 판결 선고만을 앞두고 있다.


체험학습 등 단체 손님 태우고 온 관광버스


[ 자료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 제자 잃고 법정까지 선 교사들…유무죄 공방 치열

이 사건 사고는 2022년 11월 11일 속초시 노학동 한 테마파크에서 발생했다. 당시 6학년이었던 피해 학생은 버스에서 하차한 뒤 움직이던 버스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검찰은 당시 학생을 인솔했던 담임교사 A씨와 보조인솔교사 B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버스 기사 C씨에게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했다.

교사들에게는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과 이동할 때 선두와 후미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거나 인솔 현장에서 벗어나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가 씌워졌다.

검찰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행동을 모두 예측하고 통제하기는 어려우나 운전기사와 선생님들이 각자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다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기에 기소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설령 버스 기사가 전방주시를 게을리했더라도 교사들이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강조한다.

반면 교사 A·B씨 측은 이 사고는 버스 기사의 과실로 발생로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교사들에게는 학생들을 인솔할 때 교사 2명이 앞뒤에서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의의무가 없으며, 사고 현장에서 어떠한 주의의무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버스 기사 C씨는 전방 좌우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버스를 그대로 출발해 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A·B씨에게는 각 금고 1년을, C씨에게는 금고 3년을 구형했다.


체험학습 학생 사망사고…과실치사 혐의 교사 선처 호소


(춘천= 2022년 11월 강원 속초시 한 테마파크에서 초등학교 현장 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와 관련해 교사들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받는 가운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교총2030청년위원회, 강원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춘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들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 자료사진]

◇ 쟁점 사실은 '누가 하차 요구했나', '버스 이동 거리는'

결국 쟁점은 '교사들의 주의의무 위반 과실' 존재 여부다.

이를 밝히기 위해 판단해야 할 사실관계에 있어 검찰과 교사들 간 시각이 다르고, 버스 기사와 교사들 사이에서도 진술이 엇갈린다.

특히 '하차 경위'를 두고 피고인들 간 기억에 차이가 있다.

버스 기사 C씨는 사고 당일 먼저 도착한 버스 2대와 달리 주차구획선이 없는 건물 앞까지 버스를 이동시킨 뒤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하차시켰는데, 그 이유가 '교사 B씨가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기억한다.

검찰은 당시 버스가 완전히 주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이 내렸으므로 버스가 주차를 위해 다시 이동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들어 교사들에게 과실이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교사들은 하차를 요구한 적이 없고, C씨가 먼저 차를 세우고 문을 열어줘서 하차했다고 반박한다.

또한 주행 경로나 주차 및 하차 장소는 버스 기사들이 스스로 정하는 만큼 교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교사 측과 버스 기사 측은 당시 버스의 이동 거리를 두고도 상반된 견해를 보인다.

C씨는 법정에서 "액셀을 밟지 않고 1∼2m 정도 움직이다가 피해 학생을 치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교사 측은 "버스에서 하차한 뒤 20∼30m 떨어진 안전한 곳에서 인원을 확인했는데 1∼2m를 움직인 차량에 치였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C씨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권 추락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 교원단체 "교육활동 위축, 체험학습 사라질 것" 선처 호소

교사들이 기소된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 교사들은 재판부에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더불어 많은 학교에서 교사들이 안전사고를 우려하며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교사들과 학생·학부모들이 갈등을 빚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결심 공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학생들을 위해 헌신했던 선생님들에게 지나친 법적 책임을 묻는 건 결코 정의롭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는 교원들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교직을 떠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체험학습 시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에 대해 교사를 형사 처벌한다면 체험학습은 사라질 것"이라며 "해당 선생님들이 자긍심을 갖고 제자 사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체험학습 시 안전 담보와 교사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국회에서는 지난해 12월 학교 안전사고에 대한 교원의 민·형사상 면책 조항이 담긴 학교안전법을 개정했다.

이 법은 오는 6월 2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한다'는 조문의 모호성 때문에 현장 교원들의 걱정이 많다며 명확한 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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