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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공급과잉·업황부진에 고전한 철강업계, 올해는 '트럼프 변수'도
기사 작성일 : 2025-01-30 08:00:25

철강 수출 (CG)


[TV 제공]

김동규 기자 = 지난해 철강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으며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업계는 올해도 중국이 철강 수출 확대 기조를 이어가는 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관세와 함께 철강 수입 쿼터 축소 등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어 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30일 연합인포맥스가 증권사들의 최근 1개월간 컨센서스(시장 기대치)를 종합한 결과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6천503억원으로 전년보다 25.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매출은 72조9천274억원으로 5.5% 줄어들 전망이다.

포스코 등 철강 사업 부문 실적만 놓고 보면 매출은 전년(63조5천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60조∼62조원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실적(2천557억원)보다 낮은 1천700억원 안팎에 머무르며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창고에 쌓여있는 선재


[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철강업계 2위 현대제철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제철의 작년 영업이익은 2천941억원으로 1년 전(7천983억원)과 비교해 63.2%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매출은 23조3천254억원으로 10.0% 축소될 전망이다.

동국제강그룹과 세아베스틸, 세아제강 등의 지난해 실적도 전년 대비 크게 꺾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해외 저가 철강재 공세 속에 수익성 악화를 견뎌내지 못한 철강업계는 지난해 공장 폐쇄를 통한 생산 감축에 나서는 등 산업 전체가 급격히 위축됐다.

업계 1위 포스코의 경우 작년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 폐쇄에 이어 4개월 만인 작년 11월 포항 1선재공장의 문을 45년 만에 닫는 등 공장 셧다운을 단행했다.

2위 철강사 현대제철도 작년 말 포항 2공장 폐쇄 결정 뒤 노조의 반발로 축소 운영으로 방침을 바꾸며 생산량 조절에 들어간 데 이어 올해 1월 중순 이후부터 인천 2철근공장 가동을 멈추고 포항 철근공장 가동을 열흘 넘게 중단하는 등 조업을 단축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한국 철강 업황은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 문제가 개선돼야 부진에서 탈피가 가능한데, 올해도 중국 정부가 수요 진작에 나서면서 공급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철강 업황이 단기에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저가 제품 유입으로 정상적 사업이 어렵게 되자 철강업계는 지난해 반덤핑 제소 등 대응을 시작했다.

현대제철은 작년 7월 중국 후판 업체들을 상대로 반덤핑 제소한 데 이어 지난달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제소 카드를 꺼냈다.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 등 후공정을 하는 국내 중견 제강사들은 수입 열연강판에 관세가 부과되면 원재료 가격이 올라 이를 반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그동안 현대제철, 포스코 등 국내 대형 철강사들은 반덤핑 제소를 미뤄왔으나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며 더는 견디기 어렵게 되자 반덤핑 제소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증권 박현욱 애널리스트는 "올해 중국 철강 수요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져 있고 미국의 무역장벽 강화 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며 "수입산 철강재 반덤핑 관세 부과 등이 시행되면 국내 철강사들의 가격 운신의 폭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명령 서명 (PG)


[ 자료사진]

이달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 강화 정책을 펴는 것도 철강업계에는 리스크다.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에 적용해 한국으로부터의 철강 수입량을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약 383만t)의 70%로 축소한 쿼터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은 현재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는데, 무관세 쿼터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현대제철은 최근 미국에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대형 제철소를 신규로 짓는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투자로 인한 자금 소요로 경영에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현대차 공장에 안정적으로 철강을 공급할 수 있어 미국 사업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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