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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서로 '무역흑자' 통계…"英, 협상에 美통계 사용"
기사 작성일 : 2025-02-03 20:00:57

영국 사우스햄프턴항


[EPA 자료사진]

(런던= 김지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가운데 영국 정부는 "미국이 무역 흑자를 내는 얼마 안 되는 나라"라는 점을 내세워 이를 피하고자 한다.

이때 영국 당국자들이 사용하는 통계는 영국 아닌 미국 당국의 통계다. 영국의 공식 통계로는 영국이 대미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

3일(현지시간)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서 자국에 더 유리할 수 있는 미국의 통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양국의 무역 통계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분석했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미국의 대영 무역 흑자는 145억달러(21조원)이며, 영국 통계청(ONS) 집계로는 2023년 영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890억달러(130조원)다.

이런 격차 대부분은 서비스 무역에서 나온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서비스 부문에서 대영 흑자는 48억 달러(7조원)이고, 영국 통계를 보면 약 700억 파운드(126조원) 흑자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심을 두는 상품 무역만 따지면 격차는 대폭 줄어든다. 미국 통계에서 대영 상품 무역 흑자는 97억달러(14조원), 영국 통계에서 대미 상품 무역 흑자는 30억달러(4조원)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차기 주미 대사로 내정한 피터 맨덜슨은 이같은 양국의 무역 수지를 고려할 때 트럼프 정부가 영국에 대한 일반 관세를 부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국 통계 당국은 무역수지 통계 차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조정을 위해 협력해 왔다. 영국 통계청은 양국에서 통계 작성 관행이 달라 생기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큰 차이는 저지 섬과 건지 섬, 맨 섬을 무역 통계에 포함하는지에 따라 발생한다고 한다. 이들 섬은 공식적으로 영국의 영토가 아니라 영국 국왕 소유이자 자치령이다. 영국 의회 관할이 아니고 영국 정부가 국방과 외교만 대신한다.

미국 경제분석국은 이들 세 섬의 무역 통계를 영국에 포함하며, 영국 통계청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저지 섬에서만 3만5천개 금융회사가 4천500억파운드(812조원)의 자산을 관리한다. 무역 통계 포함 여부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기게 된다.

미국 통계 당국은 이들 세 섬을 무역 통계에서 제외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FT는 "많은 영국 관리로선 아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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