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igital

트럼프, 중국부터 관세전쟁 '포문' 열어…韓 수출 '유탄' 우려
기사 작성일 : 2025-02-04 18:00:1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 자료사진]

(세종·서울= 차대운 이슬기 기자 = 미국 정부가 4일(현지시간)을 기해 10%의 대중국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서고, 중국도 질세라 맞대응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다시 미중 무역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막판 극적 합의로 미국의 멕시코·캐나다 대상 관세 부과가 일단 유예돼 세계 무역 질서에 주는 충격이 당초 걱정했던 것보다는 다소 완화됐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국경 관리 및 마약 유입 문제 해결'이라는 특정 명분을 내세워 이뤄진 중국, 멕시코, 캐나다 세 나라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은 이제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유럽연합(EU)으로 무역전쟁 확대, 보편 관세 도입 등으로 글로벌 무역 전쟁이 격화하면 세계 교역 위축에 따라 한국의 수출이 크게 줄어드는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4일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전 중국산 상품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10% 추가 관세는 이날부터 일단 발효됐다.

중국도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농기계, 석탄·액화천연가스(LNG)에 10% 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맞불을 놨다.

중국은 또 미국 빅테크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도 개시했고 텅스텐과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 같은 희소금속을 포함한 원료의 대미 수출을 허가제로 돌리는 새 수출 통제 조치도 발표했다.

중국과 미국은 나란히 한국의 양대 교역국이다.

미중 상호 관세 부과로 인한 교역 위축이 현실화하면 반도체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미중 관세전쟁의 유탄을 맞게 된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때와 달리 대중 추가 관세 대상에 예외를 두지 않는 강수를 뒀다는 점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는 우선 대규모로 대중국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가 자국 소비자들의 후생을 고려해 결국 아이폰, 컴퓨터 같은 IT 제품과 장난감에 아르는 여러 소비자 제품군의 고율 관세를 선별적으로 취소한 바 있다.

이에 이번 대중국 10% 관세 부과가 지속된다면 지금껏 무관세로 수입되던 아이폰을 포함한 여러 중국산 IT·가전 제품군의 미국 가격 인상 요인이 벌어지게 된다.

단기적으로 수입 업체들이 이익률을 낮춰 대응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대중 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의 IT·가전 시장 위축은 중국 내 생산 감소 현상을 낳고, 이는 다시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부품 등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1천330억달러(약 195조원) 중 85.86%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부품 등을 포함한 중간재다.

한국은행은 작년 8월 펴낸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60% 대중 관세를, 여타 국가에 10% 관세를 부과한다는 선거 공약이 실현된다면 한국의 대중 수출과 수출 연계 생산이 각각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갓 시작된 상황에서 한국의 대외 무역 환경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상무부 등 부처에 오는 4월 1일까지 불공정 무역과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종합적 방안을 검토해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상하이 양산항의 수출입 컨테이너 부두


[촬영 차대운]

무역 불균형 해소, 자국 제조업 부흥 등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더욱 '큰 그림'을 위한 관세 압박 수단 카드는 아직 꺼내 들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EU로 무역 전쟁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또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철강, 알루미늄, 석유, 가스, 의약품, 반도체 등에 대한 별도 관세 부과 의지도 피력했다.

한국에 특히 영향이 큰 대중 추가 관세만 놓고 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미중 분쟁 격화 여부에 따라 선거 기간 언급한 60%까지 올리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중국이 대미 관세 부과 시작일을 오는 10일로 한 것은 향후 수일간 미중 담판 여지를 남겨 둔 것으로 볼 여지도 있기는 하다.

'글로벌 무역 난타전'은 제조업 중심 수출국인 한국 경제에 큰 부담 요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도 0.29%∼0.69%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 통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와 통화에서 "미중 간 관세 격돌이 우리 입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하다"며 "우리는 개방 경제를 지향하고, 세계 시장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어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전반적 무역 위축을 초래하는 것은 당연히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