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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워치] '불안할땐 금'…안전자산 전성시대
기사 작성일 : 2025-02-06 16:00:26

김지훈 선임기자 = 자고로 불안할 땐 안전한 게 최고다. 경제와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불안하면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고 역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고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경기가 불안하다는 뜻이다. 국내건 해외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니 소위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 채권, 달러 등의 가격만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미·중 무역전쟁에 안전자산 금값 최고가 경신


임화영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4일(현지시간)을 기해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맞대응에 나선 뒤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면서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금 현물 가격은 미 동부시간 오후 1시 40분께 전날보다 1.1% 오른 온스당 2천844.56달러에 거래됐다. 금 가격은 이날 장중 온스당 2천845.14달러를 고점으로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전시된 골드바. 2025.2.5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무섭게 오르고 있다. 지난 5일 금 현물 1g 가격은 14만7천820원으로 전날보다 4.58%나 올랐다. 8만7천원 수준이었던 1년 전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70%에 달한다. 이미 많이 오른 가격인데도 수요가 몰리면서 이날 한국거래소의 금 거래대금은 처음으로 1천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금 한돈짜리 돌 반지를 사려면 세공비와 부가세 등을 더해 6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해외에서도 금 현물가격은 온스당 2천800달러 선을 돌파하며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써나가고 있다.

미국 달러 가치도 고공행진이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12월 초 달러당 1,400원을 넘어서더니 최근엔 1,450∼1,47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작년 2월 초 달러당 1,320원대였으니 1년 새 달러 값이 약 150원이나 오른 셈이다.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니 안전자산에 돈이 몰릴 만도 하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이 7% 넘게 급등하는 등 유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한 데다 금리는 아직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달러 강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2% 상승, 5개월 만에 다시 2%대의 상승률로 올라섰다.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 등 3고(高)가 겹친 상황이다.


높은 환율·유가 영향에 1월 소비자물가 2.2% 상승


김인철 기자 =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이 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2%대로 상승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1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5.71(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2% 상승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모습. 2025.2.5

계엄선포 사태로 촉발된 정국 혼란에다 물가까지 오르자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내수는 위축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소매 판매는 2023년보다 2.2% 줄어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달 수출도 16개월 만에 첫 감소세를 기록했고 부동산 시장마저 얼어붙고 있다니 이쯤 되면 좋은 방향으로 움직인 경제지표를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해외 투자은행(IB) 8곳이 전망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6%로 떨어졌고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6∼1.7%로 내렸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올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오르고 성장률이 1.3%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국내외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조기에 진정되기 어려워 보이므로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하는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 정치적 불안은 올해 내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미국 트럼프 정부가 촉발한 무역전쟁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 한국은행도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 1∼2차례 기준금리를 내리겠지만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과 고환율 때문에 여의찮은 형국이다. 반도체 특별법과 에너지 3법 처리는 물론 추경까지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민생과 경기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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