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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되는 ETF 시장 주도권 다툼…보수 경쟁 다시 불붙나
기사 작성일 : 2025-02-06 16:00:27

ETF 일러스트


[생성AI 챗GPT 제작]

김태균 기자 =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주요 상장지수펀드(ETF)의 총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ETF 보수 인하 경쟁에 다시 불이 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에셋운용은 6일 미국 대표지수 ETF 2개 종목의 총보수를 연 0.07%에서 10분의 1 수준인 0.0068%로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격적인 보수 인하가 ETF 시장의 1위 업체인 삼성자산운용을 노린 조처라는 해석이 많다.

삼성운용은 미국 대표지수 ETF 분야에서 지금껏 총보수가 0.0099%로 가장 낮았는데, 이보다도 0.0031%포인트 낮은 수치로 비용 인하 경쟁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ETF 시장 규모는 총자산 기준 182조원이 넘는다. 삼성운용은 이 중 점유율이 38.1%로 미래에셋운용(35.6%)에 불과 3%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애초 삼성운용의 강점 분야는 배당금이 자동 재투자되는 '토탈리턴'(TR) ETF였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해외주식 TR형 ETF에 대해 과세 형평 문제를 들어 운용 금지령을 내리면서 시장 구도가 요동을 치게 됐다.

TR형 상품이 배당금을 분배하는 '프라이스리턴'(PR)으로 강제 전환되면서 삼성운용의 우위가 흔들리게 됐고, 이를 틈타 미래에셋운용이 총보수 인하라는 '기선제압' 카드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 업계 전반의 진단이다.

이번 보수 인하를 계기로 ETF 시장에 가격 경쟁이 재촉발될 공산이 커졌다.

앞서 삼성운용이 작년 4월 'KODEX S&P500TR' 등 ETF 4종의 총보수를 0.0099%로 대폭 낮추자 미래에셋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이 잇달아 ETF 보수를 내린 바 있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는 상품 자체 차별성이 적고 고객들이 가격을 중시해 고민이 크다. 운용비용 합리화 등 조처를 통해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ETF 보수 경쟁은 외국에서도 치열하다.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지난 3일 총 87개 뮤추얼펀드 및 ETF 상품의 운용 보수를 평균 20% 내린다고 발표했다.

가격 경쟁 격화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국내 ETF 시장이 급속 성장하면서 상품 본연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타사 펀드 베끼기, 마케팅 증가, 보수 할인 등의 관행이 너무 거세져 자칫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투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테마형 ETF나 적극적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액티브' 상품까지 보수 경쟁의 불길이 번진다면 각 사의 색채로 승부를 봐야 하는 중소 운용사에 치명타가 될 수 있고 시장 다양성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은 2016년에는 25조1천18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에는 182조8천211억원으로 9년 사이에 규모가 7.3배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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