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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자 구상'에 요르단·이집트 비상…외교 총력전(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2-08 01:00: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백나리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주변 아랍국으로 이주시키고 가자지구를 휴양지처럼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으로 '이주 후보국' 이집트와 요르단에 비상이 걸렸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이 11일(현지시간) 미국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인 가운데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이달중 방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 저지를 위한 이집트 당국의 물밑 외교전도 한창이다.

영국 런던 소재 뉴스매체 뉴아랍은 이집트 당국 소식통을 인용, 엘시시 대통령이 18일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고 전했다.

회담에서는 가자지구의 주민 이주와 재건 방안 등이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는 가자 주민 이주 구상에 반대하며 거의 반세기 동안 유지된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입장을 트럼프 행정부와 이스라엘에 분명히 한 상태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집트는 미 국방부와 국무부, 연방의회 의원들에게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동맹국에도 메시지 전달이 이뤄졌다.

이집트 외무부는 7일 성명에서 엘시시 대통령의 지시로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우방과도 전화통화로 공조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11일 트럼프 대통령과 압둘라 2세의 백악관 회담에서도 가자 주민 이주 문제가 주된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가자 주민 이주 구상을 공개 언급하면서 이집트와 요르단을 지목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이 이집트와 요르단 정권에 최악의 악몽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엘시시 대통령과 압둘라 2세 모두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탓에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접근'에 취약하다는 것을 잘 안다는 것이다.

이집트는 가자 전쟁 이후 가자 주민의 이집트 유입을 막아왔다. 그렇지 않아도 이집트의 경제난이 심각한 터에 난민이 계속 유입된다면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무장세력이 침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2011년 '아랍의 봄'처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요르단은 이스라엘의 건국과 서안·가자 장악 과정에서 이미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규모로 받아들여 인구 절반 이상이 팔레스타인계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 지원 강화를 촉구하는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져 왔다. 따라서 요르단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협조했다가는 시위 격화로 정권까지 불안정해질 수 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중동 전문가 알리아 브라히미는 가디언에 "압둘라 2세와 마찬가지로 (이집트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솔직히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집트와 요르단 정상에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악몽을 거론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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