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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티 총리
(프리슈티나 로이터= 코소보 총리이자 집권당 자결당(LVV) 대표인 알빈 쿠르티가 총선을 이틀 앞둔 7일(현지시간) 수도 프리슈티나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5.02.07
(로마= 신창용 특파원 = 2008년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한 발칸반도 국가 코소보가 9일(현지시간) 120명의 의회 의원을 뽑는 총선을 치른다.
4년 전 총선에서는 알빈 쿠르티 총리가 이끄는 좌파 민족주의 성향의 자결당(LVV)과 그 연합 세력이 압승을 거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LVV는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단독 집권할 만큼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 밖의 주요 정당으로는 우파 성향의 코소보민주동맹(LDK), 코소보민주당(PDK)이 있다.
쿠르티 총리는 지난 4년간 세르비아에 대한 강경 노선을 취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발을 샀다.
그는 코소보 내전 발발 전 세르비아의 억압 정책에 저항한 학생 운동 지도자 출신으로 임기 내내 강경한 민족주의 정책을 시행했다.
코소보 정부는 지난달 북부 지역에서 은행, 연금 및 복지 기관 등 세르비아 정부가 지원하는 기관을 폐쇄했다.
이들 기관은 세르비아가 코소보 내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쿠르티 총리는 이를 코소보의 주권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로 간주했다.
코소보의 160만 인구 중 90% 이상이 알바니아인인 반면 세르비아와 국경을 맞댄 북부 일부 지역에서는 세르비아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코소보 독립 선언 이후에도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북부 지역에서 자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코소보 정부가 2023년 4월 북부 4개 지역에서 시장 선거를 강행하자 투표를 보이콧했다.
투표율이 3.5%에 그친 가운데 알바니아계 시장들이 당선되자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가짜' 시장이라며 새 시장의 청사 출입을 막는 등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평화유지군(KFOR) 병사 약 30명이 다쳤다.
2023년 9월에는 코소보 북부의 세르비아 접경 지역에서 경찰과 세르비아계 무장 세력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해 총 5명이 숨졌다.
이 밖에도 쿠르티 총리는 세르비아 차량 번호판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세르비아 화폐인 디나르화 사용 금지 정책을 시행해 미국과 EU로부터 비판받았다.
특히 EU는 코소보 정부가 북부 지역에 대한 통제 강화 시도로 민족 갈등을 고조시켰다고 비난하며 자금 지원을 삭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에 따라 총 1억5천만유로(약 2천255억원)에 달하는 최소 12개 프로젝트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러한 국제적인 고립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미 코소보 대사를 지낸 블로라 시타쿠는 "코소보는 고립돼 있으며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며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이룬 모든 주요 성공, 즉 해방과 독립은 우리가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쿠르티 총리는 "우리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을 겨냥해서 이 일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코소보를 부정하는 세르비아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공공 부문 임금 인상, 연금 확대, 교육 및 의료 개혁 등 다양한 공약이 쏟아졌지만, 대부분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1만3천여명이 숨지는 비극적인 전쟁을 겪었다.
내전 종식 9년 만인 2008년 유엔과 미국·서유럽 등의 승인 아래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와 그 우방인 러시아·중국 등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유엔 가입도 거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