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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재의 새록새록] 고니는 다 어디로?…'백조의 호수'가 그리운 겨울
기사 작성일 : 2025-02-10 07:00:29

백조의 호수 경포호-2022년 12월


[ 자료사진]

(강릉= 유형재 기자 = 매년 겨울철이면 경포호를 비롯한 강릉을 찾던 고니 무리가 이번 겨울에는 거의 볼 수 없다.

동해안 대표적 석호인 경포호에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겨울 진객 큰고니 무리가 매년 찾아 아름다운 백조의 호수가 됐다.

백조로도 불리는 큰고니를 비롯한 고니(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천연기념물), 혹고니(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천연기념물) 등이 겨울이면 경포호에서 여유롭게 떠다니며 가끔 힘찬 날갯짓을 하고 파란 하늘과 눈 쌓인 백두대간을 배경으로 우아한 비행을 하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이런 이유로 큰고니는 강릉시의 시조로 지정됐고 강릉을 찾는 겨울 철새 상징이기도 하다.


이번 겨울 강릉 찾은 겨울 진객 큰고니


[ 자료사진]

이렇게 강릉을 찾은 수십마리의 고니들은 경포호뿐 아니라 경포호와 접한 경포천과 경포저류지를 오가며 유유자적하게 겨울을 보냈다.

특히 경포호와 연결된 경포천은 갈대 뿌리를 좋아하는 고니들의 먹이가 풍부해 고니들의 핫플레이스 맛집 같은 곳이었다.

경포천에는 산책 나온 시민과 관광객, 새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찾아와 10m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겨울 진객을 볼 수 있는 생생한 환경 교육장이기도 했다.

고니들은 경포호 일원에서 먹이활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겨울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 겨울 강릉에서는 고니들을 거의 볼 수 없다.


경포천의 큰고니-2023년 12월


[ 자료사진]

겨울이 시작할 즈음인 지난해 11월 5일 경포호에서 10여 마리의 큰고니가 목격됐으나 다음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이후 1∼2마리가 보이기도 했으나 3∼4일 이상 머문 경우도 없었다.

지난 12월 말 경포저류지에 두 가족으로 추정되는 17마리의 큰고니가 왔으나 이틀 만에 모두 떠났다.

이곳 큰고니들은 인근에서 산불이 나 진화 헬기가 출동, 경포저류지에서 담수를 하며 진화작업을 벌이자 모두 놀라서 날아가 버린 뒤 돌아오지 않았다.

1월 초에도 10여 마리가 경포저류지에 왔으나 곧 보이지 않았다.

이후 경포호 일원에서 고니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더는 볼 수 없었다.

고니들은 왜 이번 겨울에는 강릉에 오지 않은 걸까?


말라버린 경포천 고니 먹이터-2025년 1월


[촬영 유형재]


50여 마리의 큰고니가 찾은 경포천-2023년 12월


[촬영 유형재]

2022년과 지난해 경포천 준설작업이 이뤄지면서 운정교 주변은 먹이가 되는 갈대가 대부분 사라졌고, 선교장 앞은 갈대가 남아 있으나 물을 채우지 않으면서 먹이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경포천은 물을 가둘 시설인 보를 갖췄지만, 가을부터 이어진 긴 가뭄으로 물이 부족한 데다 아예 물을 가두지 않았다.

고니들이 풍부한 먹이터와 안전한 쉼터를 잃은 것이다.

머리가 좋은 고니들은 안정적인 먹이터와 쉼터만 있다면 매년 떼 지어 같은 곳에 와서 겨울을 쉬고 간다.

최근 선교장 앞 경포천은 보를 세워 물을 가뒀으나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데다 고니들이 이미 겨울을 지낼 곳을 자리 잡은 뒤여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규송 강릉원주대(생물학)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그저 보를 세워 물만 채워 두면 겨우내 경포천과 경포 저류지에 많은 고니가 머물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겨울이 끝나고 얼음이 풀려 봄이 시작돼 겨울 철새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우리는 고니들을 경포호에서 잠시라도 볼 수 있을까?


경포저류지 백조들의 '봄의 왈츠'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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