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 시제품 체험
(대구= 한무선 기자 = 7일 대구엑스코에서 열린 '2024 교실혁명 콘퍼런스'에서 교사들이 디지털교과서 시제품 활용을 체험해보고 있다. 2024.8.7
고상민 김수현 서혜림 기자 = 우리나라보다 앞서 디지털 기술을 '교실'에 접목한 해외는 어떨까.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수년 전 학교에 디지털 학습 플랫폼을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활발히 활용하고 있지만, 스웨덴이나 핀란드처럼 부작용을 우려해 종이 교과서로 회귀한 곳도 있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AI 디지털교과서 예시 화면(중학교 영어)
[교육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美·日·獨, '디지털 교육' 잰걸음…북유럽은 과몰입 우려 속 선회
미국의 대표적인 사례는 2016년 AI 튜터(개인교사) '알렉스'를 도입한 애리조나주립대다.
제도 도입 이후 AI가 학생들에게 수준별 학습을 제공하고, 강의 부담이 줄어든 교수는 프로젝트 강의에 집중하면서 교육이 질적으로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학은 한 발짝 더 나아가 교육과 연구에 챗GPT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고등교육기관이 오픈AI와 협력한 최초 사례다.
다만 초·중·고가 아닌 대학이라는 점에서 국내 AI 디지털교과서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일본은 2019년 12월 이른바 '기가 스쿨 구상'을 발표하면서 전국 초·중학생 1인당 1대의 태블릿PC를 지급하고 디지털교과서 학습 플랫폼인 '학습e포털'을 구축했다.
일본 정부는 이 제도가 개별 학생의 교육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학습과 클라우드 활용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독일은 2019년부터 모든 학교에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확장하는 '디지털팍트'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1년에는 디지털 학습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디지털 교육 이니셔티브'도 발표했다.
에스토니아는 현재 모든 학교가 'e-설루션'을 통해 디지털 학습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에스토니아는 2018년부터 각 학교에서 디지털교과서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디지털 교육환경을 선제 조성했다"며 "이를 통해 유럽의 신흥 교육 강국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했다가 일부 철회한 사례도 있다.
스웨덴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했으나 6세 미만 아동이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중단했다. 아이들의 사고력, 집중력, 문해력에 디지털기기가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노르웨이, 핀란드 등 다른 북유럽 나라들도 유아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교육을 거의 중단하고 종이책으로 돌아가는 추세다.
함께차담회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
최재구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사가 이끄는 교실혁명을 위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관련 현장 의견수렴을 주제로 열린 제34차 함께 차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7.5
◇ 국내에선 아직 '반신반의'…선도교사는 대체로 긍정 평가
국내 교육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경기 분당에 사는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학업 성취를 모두 지원해 줄 수 있다고 들었다"며 "방과 후 수업에서도 활용 가치가 클 것 같다"고 기대했다.
'교실혁명 선도교사단'에 선발돼 미리 AI 디지털교과서 연수를 받은 교사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선도교사단 연수를 다녀온 한 초등교사는 "직접 써보니 생각보다 다루기가 어렵지 않았다"며 "AI 디지털교과서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 툴은 아니지만 수업 도구로서의 효용성이 컸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중학교 수학 교사는 "연수를 받아보니 학생들에게 무조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일각에서 디지털 과몰입을 얘기하는데 게임이나 유튜브면 몰라도, 교과서에 과몰입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기의 한 고교 영어 교사는 "교사들에게 무조건 사용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초반에는 권고하는 방식이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에 한 초등생 학부모는 "챗GPT도 질문을 잘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듯 마냥 스마트 기기를 준다고 아이들이 똑똑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2022년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한 맞춤형 디지털 학습기기 '디벗'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디지털 기기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서울의 한 중2 학생은 "한 반에 5∼6명 정도는 디벗을 게임 등 다른 용도로 쓴다"며 "AI 디지털교과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민 전교조 서울지부 대변인은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의 인지와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실물 공개가 너무 늦어) 검증도 제대로 못 하고 교과서를 선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