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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이시윤 별세 애도…"고시 후에도 책 안 버렸는데"(종합)
기사 작성일 : 2024-11-10 19:00:36

박찬운 교수가 간직하고 있는 이시윤 저 '민사소송법'


[박찬운 교수 페이스북 캡처]

이충원 기자 = 국내 민사소송법과 민사집행법의 일인자로 민사법 학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고 초기 헌법재판관으로 헌재의 이론적 기틀을 세우는 데 크게 기여한 이시윤(李時潤) 전 감사원장이 9일 타계하자 법조인들은 페이스북 등에 고인의 책 '민사소송법'(이후 '신민사소송법'으로 개칭)이나 강의에 얽힌 기억을 올리며 애도했다.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고인은 우리나라 민사소송법학의 태두"라며 "이시윤 선생의 타계가 제겐 1930년대생 은사와의 마지막 작별이 아닌가 싶다"고 적었다. 다음은 법조계 인사들이 페이스북과 스레드에 올린 애도 글을 요약한 것.(이름은 가나다순)

▲ 강병훈 변호사 = 오늘(9일) 최근 수임한 사건의 소장을 쓰면서 이시윤 민사소송법 교과서를 참고했는데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선생님의 책은 대학 때부터 30년이 넘도록 가까이 두고 보고 있는 명저입니다. 선생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 김철중 동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 = 한국민사집행법학회를 통해 오랫동안 함께하며,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지식과 법률의 진정한 가치를 배웠습니다. 그분의 따뜻한 가르침과 조언은 제게 큰 힘이 되었고, 평소 친근하게 지내며 나눈 대화는 언제나 제 삶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교수님은 민사소송법과 민사집행법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셨으며, 그 깊은 학문적 열정과 헌신은 많은 제자에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 문종탁 변호사 = 법원장, 헌법재판관, 감사원장을 역임하셨지만 제게는 영광스럽게도 민사소송법 교수님이셨습니다. 민사소송법의 대가이신 교수님께서 인간의 재판은 3심으로 끝나지만 마지막은 하늘의 재판이라고 하셨습니다. 교수님 가신 그곳에서는 늘 평화로우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 박종흔 변호사 = 저도 이시윤 교수님 책으로 민사소송법을 공부했었고, 한림법학원에서 사시 2차 대비하는 수험생을 상대로 민사소송법을 강의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이 교수님 책을 참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수님께서 법무법인 정현 고문으로 계실 때, 제가 실무 수습 나갔는데 그때, 이 교수님 방을 사용하기도 했었습니다. 이시윤 교수님 같은 훌륭한 교수님들로 인해 우리 법학이 발전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법학자가 나와 그 뒤를 잇고 우리 법학이 더욱 발전되길 소원합니다.

▲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 고인은 우리나라 민사소송법학의 태두라 불릴만한 분입니다. 법률 실무가로 활동하면서도 민사소송법을 깊이 있게 연구해 실무가들뿐 아니라 학계에도 크나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우리나라의 민사소송법학은 이시윤 선생을 기점으로 전과 후로 나누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도 대학 시절 선생의 책으로 민사소송법을 공부했고 한 학기 강의까지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제가 고시에 합격하고 수험기간 사용했던 책을 대부분 버렸지만 몇 권의 책을 남겨두었습니다. 그중 한 권이 선생의 책입니다. 지금도 그 책은 제 연구실 서가에 꽂혀 있는데, 저는 법학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그 책을 보여주면서 법학도의 공부 자세를 이야기합니다. 제 학창 시절 법학을 강의하신 은사님들은 1920년대 생도 일부 계셨지만, 대부분은 1930년대에 태어나신 분들이었습니다. 이분들 중 1920년대생 은사님은 오래전에 타계하셨고, 1930년대생 은사님은 10여 년 전부터 한 분 두 분 타계해 이제는 거의 생존한 분이 없습니다. 이시윤 선생의 타계가 저에겐 1930년대생 은사님과의 마지막 작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배광열 변호사 = 변호사가 되고 보니 이런 책('신민사소송법')이 없더라. 새파랄 때 이시윤 원장님 뵙는다고 새 책 사서 사인받을 때가 새록새록.

▲ 신봉기 경북대 로스쿨 교수 = 이시윤 교수님 민사소송법 책으로 공부하다가 독일 유학 후 1989년 귀국하며 이시윤 재판관님과의 인연으로 헌법재판소에서 공직으로 제 첫 직장을 시작했습니다. 이 재판관님 지정재판부에 소속되어 직접 몇년간을 모시기도 했습니다. 이시윤 재판관님 주심 사건 중에 저도 동참해서 선고했던 국제그룹해체 사건 위헌 결정은 지금도 제게는 영광스럽고도 의미 있는 기억입니다.처음 헌재에 들어갔을 때 그동안 공부만 했던 제게 재판(헌법재판) 실무를 직접 혼을 내시며 가르쳐주셨습니다. 사건 검토 지시를 받아 검토보고서를 들고 가면 어떤 때는 이것도 검토보고서냐며 바닥에 던지며 호통을 치기도 하셨었지요. 눈물을 삼키며 공부를 했습니다. 귀국해서 더 많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 제가 정년을 1년 남겨둔 때에 이르렀습니다. 제 성장에 큰 힘이 되어 주셨던 이시윤 교수님, 이시윤 재판관님, 이시윤 감사원장님, 그리고 이시윤 학계 대원로 고문님…마지막 뵈온 지 몇 년이 지났습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 윤진수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 = 이시윤 선생님이 별세하셨네요. 우리나라 민사소송법학을 크게 발전시키셨고, 헌법재판관으로서 헌법재판 제도가 틀을 잡는데도 크게 기여하셨지요. 저는 대학 때 강의를 들었고, 사법연수원에서도 짧은 기간이지만 지도교수셨으며, 헌법재판소에서도 연구관으로 직접 모셨습니다. 얼마 전에 찾아 뵙겠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만나기 어렵다고 거부를 하셨는데, 그때 무리해서라도 찾아뵐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이현곤 변호사 = 내가 처음 법을 공부할 때 이시윤의 '신민사소송법'은 난공불락의 요새 같았다. 뭔가 하면 책이 잘 읽히지 않고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는 말이다. 나중에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고 난 후 읽어보니 정말 군더더기 없이 잘 쓴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어 하나, 토씨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내용이 알차게 압축된 책이었다. 하지만 입문자에게 이 책을 권하지는 않는다. 책에는 어느 정도 군더더기도 있고 쉬어가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책장이 넘어가지 않나? 이런 책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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