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 모습. 2024.2.2
서한기 기자 = 건강보험 가입자가 기혼자인 경우 남편이든 아내든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소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부부 모두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만든 제도가 불합리해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득 기준과 달리 재산 기준의 경우 부부 중 한 명이 맞추지 못하면 그 사람만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도록 한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19일 건강보험공단이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배우자와 자녀, 부모, 형제자매(30세 미만, 65세 이상)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더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표] 직장가입자와의 관계별 피부양자 적용 현황 2024년 9월 말 기준 (단위: 명)
직장가입자피부양자전체배우자부모자녀형제자매그 외20,039,00616,267,9973,151,3173,630,6318,538,52184,240863,288
그렇기에 일부 피부양자가 일정한 소득과 재산 등 경제적 능력이 있는데도 건보에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있어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를 차단하고자 건강보험 당국은 별도의 소득과 재산 기준, 부양요건을 두고 이런 인정기준을 통과해야만 피부양자 자격을 준다.
소득 기준은 이자·배당·사업·근로·공적연금(사적연금 제외) 소득 등을 더한 연간 합산소득 2천만원 이하다. 재산 기준은 소득과 관계없이 재산 과세표준 금액(지방세 기준) 9억원을 초과하거나, 연 소득 1천만원이 넘고 재산과표 5억4천만원∼9억원인 경우다.
건보 당국은 피부양자가 이런 요건들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지역건보료를 부과한다.
문제는 건보 당국이 피부양자 제외 여부를 정하는 과정에서 소득요건은 부부합산 소득으로 따지면서 재산요건은 남편과 아내 각각 개인별 재산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소득과 재산에 각기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득의 경우 부부 중 한쪽만이라도 연간 합산소득 2천만원을 넘으면 부부를 같이 피부양자에서 떨어뜨리지만, 재산은 개인의 재산과표(지방세법 110조)를 기준으로 평가해 재산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한 사람만 피부양자에서 뺀다.
실제로 올해 2월 기준 다른 소득은 전혀 없이 오로지 공무원·사학·군인·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만으로 연간 2천만원을 넘었기 때문에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사람은 4만3천326명이었는데, 이 중에서 부부 동반 탈락자는 1만5천710명에 달했다.
공적연금 소득으로 따져 남편이나 아내가 월 167만원(연 2천만원 초과)이고, 남편이나 아내는 공적연금을 한 푼도 받지 않는 경우에도 남편이나 아내도 피부양자에서 떨어졌다는 뜻이다.
건보공단 자격부과실 관계자는 "재산의 경우 재산 형성과정에서 부부의 지분 여부를 공단이 임의로 판단할 수 없는 특수성을 반영해 각각 개인의 재산만을 기준으로 피부양자 인정요건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산과 달리 소득에만 피부양자 부부 동반 탈락 규정을 두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을 하루빨리 고쳐 피부양자 부부 동반 탈락 요건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부양자 소득 중 사업·이자·배당 등은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자산의 성격이 있지만, 공적 연금소득은 어디까지나 부부가 따로 보험료를 내고 노후 연금을 별도로 받아 개별적 성격이 강한 만큼 동반 탈락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표] 연도별 연금소득으로 인한 피부양자 상실(동반 탈락자 포함) 연도별 누적 기준 (단위: 명)
연도2022.920232024.2대상자 수205,21233,09243,326
[표] 연도별 연금소득으로 인한 피부양자 부부 동반 탈락 연도별 누적 기준 (단위: 명)
연도2022.920232024.2대상자 수78,97311,5441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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