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등재된 일본 사도광산 내부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 경수현 특파원 = 일본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들의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이 있는 사도섬에서 열기로 한 노동자 추도식은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약속한 사안 중 하나다.
지난 7월 열린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이 신청한 사도광산의 세계 유산 등재가 컨센서스(전원동의) 방식으로 결정된 것은 이해 당사국인 한국이 일본의 약속을 믿고 찬성해준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를 수용하면서 현장에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을 설치하고 추도식을 매년 열기로 한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
[사도시 홈피 캡처, DB화 및 재배포 금지]
◇ 겨우 확정된 첫 추도식 일정…내년 이후 개최 시기는 미확정
올해 열리는 첫 추도식 개최 시기는 애초 7∼8월로 논의되다가 9월로, 다시 가을인 10∼11월로 늦춰졌다.
결국 이번에 11월 24일로 최종 확정됐다.
여기에는 9월에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총재 선거가 진행됐고 10월에는 중의원 조기 해산에 따른 총선까지 치러지는 등 일본 내 어수선한 정치 상황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또 추도식 명칭, 장소, 참석자 등 구체적인 행사 방식을 놓고 양국 당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줄다리기가 이어진 측면도 있다.
막판에는 일본 정부가 추도식 명칭에 '감사'라는 표현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걸림돌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인 한국인 노동자에 '감사'를 표하는 것은 강제성을 희석하는 취지로 읽힐 수 있어 반대했고 결국 추도식 공식 명칭은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정해졌다.
일본은 행사를 지자체와 민간 단체로 구성된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 주관으로 열기로 했다.
다만 일본 중앙 정부의 관계자도 추도식에는 참석하기로 했다.
한국 외교부는 "일본 정부 관계자도 참석한 가운데 한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추모의 뜻을 표하기로 했다"며 일본 정부 관계자의 참석에 의미를 부여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한일 과거사 관련 추도식에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추도식에 한국 정부 관계자도 참석하면서 강제 노동 피해자의 유가족 10여명도 함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행사 장소는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시민문화회관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로 잡혔다.
내년 이후 추도식 개최 시기는 미확정 상태다. 향후 논의에 따라서는 내년부터 애초 논의된 7∼8월로 개최 시점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조선인 노동' 전시된 일본 사도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사도 광산서 희생된 전체 노동자 추도…조선인 희생자 의미 부각에 한계
이번 추도식은 조선인만을 위한 게 아니다. 일본인까지 포함해 과거 가혹한 환경에서 희생된 사도광산의 전체 노동자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희생 사실과 이들에 대한 애도의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으면 참석한 한국 측 유족들은 그냥 들러리만 설 우려도 있다.
이에 추도사와 구체적인 식순 등을 통해 강제노역에 투입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희생이 충분히 부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추도사나 구체적인 식순 등은 현재도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희생된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한 추모가 어느 정도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앞서 일본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안에 조선인 노동자 설명 전시물을 설치했지만 '강제성'이 언급되지 않아 비판이 제기됐다.
일본 시민단체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는 지난 5일 자국 정부와 사도시에 전시내용 개선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내고 "강제노동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부 전시물에는 '반도인은 원래 둔하고 기능적 재능이 극히 낮다', '반도인 특유의 불결한 악습은 바뀌지 않아' 등 조선인을 비하하는 민족 차별적 표현마저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전시물의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