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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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의 미셸 바르니에 정부가 4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야권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불신임 표를 받아 지난 9월 출범한 지 3개월 만에 총사퇴하게 됐다.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기간 집권한 사례다.
바르니에 정부의 운명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프랑스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이원집정부제다.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서 외교·국방을 담당하며 총리와 각료 임면권, 비상 권한 발동권, 의회 해산권 등의 권한이 있다. 총리는 정부 수반으로서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정부 활동을 지휘한다. 각료 제청권, 법안 제출권, 의회 소집권 등도 행사한다.
헌법상 대통령은 본인이 원하는 사람을 총리에 앉힐 수 있으나 여소야대 상황에선 대통령이 야당 출신 총리를 임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는 하원이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킬 수 있으므로 다수당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를 총리로 앉히면 불안정한 정부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의회 해산 이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은 168석을 얻는 데 그쳐 국회 재적 의원(577명)의 과반수(289석)를 확보하지 못했다.
좌파 정당들이 뭉친 신민중전선(NFP)이 182석으로 1위,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있는 국민연합(RN)과 그 연대 세력은 143석으로 3위를 차지했다. 절대 강자가 없는 의회 구성이 이뤄진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통상 의회 1당 출신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는 관례를 깨고 범여권과 그나마 결이 비슷한 우파 공화당 출신 바르니에 총리를 임명했다. 공화당은 총선에서 4위에 그쳤다.
좌파는 마크롱 대통령이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배신했다며 바르니에 정부 출범 때부터 불신임하겠다는 경고를 날렸다.
바르니에 총리 임명에 조건부 찬성을 했던 극우 진영도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정부를 불신임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바르니에 정부의 운명은 자기들 손에 달렸다고 했다.
좌파 진영은 경고한 대로 바르니에 정부 출범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초 첫 불신임안을 발의했으나 다른 정당들이 동조하지 않아 가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바르니에 정부는 그다음엔 예산 정국 위기와 맞닥뜨렸고 결국 이를 넘지 못했다.
정부는 60조원 상당의 공공 지출을 줄이고, 대기업·부자 증세를 통해 30조원 가까운 추가 세수를 거둔다는 내용의 예산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이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6.1%로 예상되는 재정 적자를 내년 5%까지 낮추고 2029년엔 유럽연합(EU)의 기준치인 3%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이었다.
정부 예산안에 좌파 진영은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극우 진영 역시 프랑스인들의 구매력이 약화할 수 있다며 정부에 예산안 수정을 요구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예산안 통과를 위해 극우 진영의 요구사항 4가지 중 3가지를 받아들였으나 마지막 조건은 거부했다.
이에 RN은 정부가 자신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이날 좌파와 합세해 정부를 불신임했다.
하원 내 과반 지지세 없이 출범한 바르니에 정부로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조르주 퐁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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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들어선 프랑스 제5공화국에서 지금까지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이 발의된 경우는 130건이 넘지만 통과는 드물다.
바르니에 정부 이전 하원 표결로 내각이 해산된 건 1962년 10월 샤를 드골 대통령 당시 조르주 퐁피두 정부가 유일했다.
당시 드골 대통령은 대통령 직선제 도입을 위한 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의회 절차를 제치고 국민투표로 결정하려 했고, 이에 의회가 강하게 반발해 정부에 불신임 표를 던졌다.
퐁피두 정부는 총사퇴했으며, 드골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렀다.
그 결과 범여권이 의회 다수파를 차지하자 드골 대통령은 퐁피두 총리를 다시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