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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빠질라…불황 속 연말특수 위축될까 전전긍긍
기사 작성일 : 2024-12-05 11:00:17

성혜미 강애란 차민지 전재훈 기자 =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 이후 세계 주요국이 한국 여행을 경고하면서 관광·유통업계가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광 당국은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 계획 취소 움직임은 5일 현재까지 두드러지지 않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백화점 주요 점포를 비롯해 '올·무·다'(올리브영·무신사·다이소) 등 인기 높은 K브랜드들도 아직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에는 '안전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영업이 위축될지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집회가 확산하면 차량 운행 차단 등으로 도심 주요 상권의 유통매장의 매출 위축이 불가피하다. 이에 업계는 잔뜩 기대하던 연말특수가 위축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명동의 외국인 관광객


[촬영 전재훈]

전날 영국 외무부는 "계엄이 해제됐지만 광화문과 대통령실·국회 일대 시위가 예상된다"며 한국을 찾는 자국민 주의를 당부했고,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한국에 대한 여행 경고를 발령했다.

주요 국가들이 이처럼 우려감을 드러내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2024년 마무리를 한 달 앞두고 제동이 걸렸다.

서울역에서 만난 이란 국적 20대 유학생은 "오늘 출국하는 날이라 공항 가는 길"이라며 "계엄 사태로 출국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군인이 텔레비전에 나오고 그래서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과 다시 한국에 관광하러 오려 했는데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고 우려를 전했다.

명동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여성 관광객은 "계엄령 뉴스를 보고 놀라 한국인 친구들에게 안전한 상황인지 물어봤다"며 "원래 다음 주까지 있으려 했다가 고향에 있는 가족이 걱정해 예정보다 일찍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2천만명으로 정한 바 있다.

문체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2천만명 달성은 어렵지만,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작년의 두 배를 웃돌고 관광객 국적이 다양화되는 등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다고 판단해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방한객은 1천374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54.7% 늘었고 2019년 같은 기간의 94%를 기록했다. 지난 9월에는 처음으로 코로나19 전보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146만명)이 한국을 찾기도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여행사 등을 통해 파악해보니 지금까지 큰 취소 흐름이 보이지는 않았다"며 "다만 '리드타임'(예약 일부터 방문까지의 기간)이 긴 유럽, 미국 같은 장거리 국가에서는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인바운드(방한 입국자) 여행사에는 즉각적인 취소 요청보다 "지금 한국을 방문하기에 안전한 것이 맞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집회 지나치는 외국인 관광객


김성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한 외국인 관광객이 계엄 반대 집회를 지나치고 있다. 2024.12.4

코로나19 시기부터 불황의 늪에 빠진 면세업계는 외국인 관광객 감소 우려 외에도 환율 상승에 한숨을 쉬고 있다.

원/달러 환율(원화 가치 하락)이 더 오르면 상품 매입 부담이 커지고 면세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어느 정도 고환율 흐름이 이어져 온 만큼, 매출에 당장 큰 변동은 없다"며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외국인이 계엄을 바라보는 시선이 내국인과는 또 다른 데다가 각국에서 여행 경고문 등을 내리고 있다"며 "한국 여행을 꺼리는 심리가 확산해 관광객이 줄어들면 면세 매출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면세점 이용객 수는 257만명, 매출은 1조1천11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용객은 작년 같은 달보다 19% 늘었으나 매출은 16.4% 감소한 상태다.

외국인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히는 '올무다'는 계엄 사태에 따른 영향은 현재 없다고 전했다.

CJ올리브영은 오는 7일까지 연중 최대 규모의 '올영세일'을 진행하면서 연말 특수를 노리고 있다. 무신사도 전날까지 할인 행사인 '무진장 24 겨울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해 고객이 몰렸다는 것이다.

다이소 역시 대다수 매장이 오전 10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밤새 벌어진 이번 사태에 따른 영향을 체감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매장은 한국으로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 자체가 줄어들면 명동과 홍대, 성수에 있는 매장들이 영향을 받을까 염려한다.

올리브영은 외국인 매출이 급증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매장을 늘려왔다.

올해 상반기(1∼5월) 올리브영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2% 늘었다. 명동타운점은 하루에 4천∼5천명의 외국인 고객이 방문한다.

다이소 전체 매장의 1분기 해외 카드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76% 증가했고, 지난 5월 무신사의 자체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2%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평상시와 똑같이 운영되고 있다"며 "특정 상권에 외국인들이 몰리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내국인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에 코로나19 때와 같은 정도가 아니라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이 실제 감소하고, 그에 따른 영향을 체감할 때까지는 시차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회 지켜보는 외국인 관광객


김성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한 외국인 관광객이 계엄 반대 집회를 지켜보고 있다. 2024.12.4

백화점들은 이번 사태 영향이 지금까지 없다면서도 추이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신세계백화점은 전날(4일) 매출이 작년보다 10%가량 신장했다고 전했다.

명품과 패션, 화장품, 식품 등 전 분야에서 고르게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매출도 영향이 없었다.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전날 외국인 매출이 작년 같은 날보다 77.6%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더현대 서울(여의도)도 매출 감소 등의 특이 사항은 감지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한 해 불경기로 어렵게 이어오다 12월 연말 반짝 특수를 노리고 있는데, 자칫 외국인 관광객 감소와 내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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