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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대선 휘저은 틱톡 유세…"러시아 수법과 유사"
기사 작성일 : 2024-12-05 23:00:57

루마니아 대선에서 돌풍 일으킨 컬린 제오르제스쿠 후보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 신창용 특파원 =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하며 결선에 오른 극우·친러시아 성향의 컬린 제오르제스쿠(62) 후보를 둘러싸고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5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정보국(SRI)의 기밀 해제 문서를 인용해 제오르제스쿠 후보의 '틱톡 유세'가 매우 정교하게 조직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제오르제스쿠 후보 측은 텔레그램을 통해 약 2만5천개의 틱톡 계정을 관리됐다. 이중 800개는 틱톡이 출시된 해인 2016년부터 존재했지만 거의 휴면상태였다가 최근 활성화됐다.

이는 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일(11월 24일) 2주 전부터 틱톡에서 제오르제스쿠 후보와 관련한 게시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배경이었다고 SRI는 지적했다.

제오르제스쿠 후보 측은 이들 틱톡 계정 사용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틱톡 알고리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검열을 피하는 콘텐츠 편집 기법 등을 알려줬다. 이는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입소문'으로 성공했다고 주장한 것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선거운동에 한 푼도 쓰지 않았다는 주장과는 달리 이번 선거 운동에서 돈을 주고 유명 인플루언서를 동원했다는 내용도 나왔다. 이들 인플루언서에게는 게시물 1건당 80유로(약 12만원)가 지급됐다.

또한 문서에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일하는 한 루마니아인이 대선 1차 투표 전, 한 달 동안 제오르제스쿠 후보 선거운동에 관여한 일부 틱톡 사용자에게 38만1천달러(약 5억7천만원)를 지급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러한 내용은 친유럽연합(EU) 성향의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이 SRI 기밀문서를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전날 루마니아 현지 TV 인터뷰에서 SRI 기밀문서 해제는 자신의 결선 투표를 막기 위한 루마니아 정치권의 필사적인 움직임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의 선거 캠페인 방식은 과거 러시아가 몰도바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한 온라인 전략과 놀랍도록 유사하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은 지적했다.

SNS 계정을 조직해 특정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확산시키고, 보안 메신저로 알려진 텔레그램을 통해 콘텐츠를 조율한 방식이 러시아의 전형적인 디지털 전략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SRI 역시 기밀문서에서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했다고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강력하게 시사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루마니아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유력 대선 후보가 뜻밖에 결선에 진출하면서 서방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성명에서 "루마니아가 서방 동맹에 뿌리내리며 힘들게 얻은 전진을 외국 세력이 되돌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10% 미만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으나 실제 투표에서 22.94%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그는 2위를 차지한 중도우파 야당 루마니아 구국연합(USR)의 엘레나 라스코니(19.17%) 대표와 오는 8일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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