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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못 먹을지도] ⑩ 흔해진 초록감귤·터진 감귤(끝)
기사 작성일 : 2024-12-08 08:01:12

[※ 편집자 주 =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 가져온 변화를 느끼는 데는 둔감합니다. 언제든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미 밥상에는 뚜렷한 변화가 왔습니다. 어릴 적 식탁에서 흔히 보이던 단골 국과 반찬이 어느새 귀한 먹거리가 됐습니다.밥상에 찾아온 변화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짚어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기사를 송고합니다.]


감귤 열과 피해 현상


[촬영 백나용] [ 자료사진]

(제주= 백나용 기자 = 지난 4일 찾은 제주시 오등동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소 부지 안에 자리 잡은 비닐하우스에는 연구소가 시범 재배하는 아열대 과일 중 하나인 파파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파파야가 자란다고 해 하우스 내부가 한여름만큼 덥겠다고 예상했지만, 막상 바깥 온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우스 안이 덥지 않다"는 말에 장연진 농업연구사는 "아열대 과일이 높은 기온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5∼10도로만 유지돼도 충분히 살아남는다"며 "그래서 수확이 끝난 이맘때는 하우스 안 온도를 그 정도로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연구사는 "아열대 작물 생육이 활발한 기온대는 온대 작물과 비슷한 수준 25∼30도"라며 "제주는 산지를 제외한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대로 다른 지역보다 난방비 등이 적게 들어 경제성 있게 아열대 과수를 재배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옆 하우스로 자리를 옮기자 또 다른 아열대 작물인 새빨간 용과가 탐스럽게 열려 있기도 했다. 심지어 올리브 나무는 노지에서 재배되고 있었다.

장 연구사는 "패션프루트와 구아바, 망고 등 다른 아열대 과일뿐 아니라 오크라, 공심채, 강황, 아티초크 등 아열대 채소도 시범 재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 재배한 파파야


(제주= 백나용 기자 = 지난 4일 찾은 제주시 오등동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하우스 안에 아열대 작물인 파파야가 매달려 있다. 2024.12.8

8일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 따르면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개발이 확대될 경우 2050년대 우리나라 전체 면적 중 절반 이상(55.9%)이 아열대 기후대에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열대는 월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이고, 가장 추운 달의 평균 기온이 18도 이하인 기후대다.

특히 제주도 해안지역은 30년 후 월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10∼11개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제주가 주산지인 감귤의 재배 한계선은 남해안과 강원 해안지역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사실 기후변화는 벌써 감귤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는 유독 미처 노랗게 변하지 못 한 초록색 감귤이 많았다.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클수록 감귤 착색이 빠르지만, 올해는 낮의 더위가 밤에도 식지 않아 밤낮 온도 차가 크지 않았던 탓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감귤 관련 조례를 개정해 착색률과 상관없이 푸른 감귤이어도 당도만 8.5 브릭스 이상이면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원래는 감귤 열매 착색률이 50% 미만이면 시장에 유통할 수 없었다.

올여름 제주도 서귀포 지역의 열대야 일수가 60일을 넘어서면서 앞으로는 '초록 감귤'이 일반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빨간 용과


(제주= 백나용 기자 = 지난 4일 찾은 제주시 오등동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하우스 안에 아열대 작물인 용과가 열려있다. 2024.12.8


새빨간 용과


(제주= 백나용 기자 = 지난 4일 찾은 제주시 오등동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하우스 안에 아열대 작물인 용과가 열려 있다. 2024.12.8

이뿐만 아니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감귤 껍질이 벌어지고 터지는 열과 피해 규모도 눈에 띄게 커졌다.

롯데마트는 열과 피해로 출하량이 줄어 가격이 상승한 제주 감귤을 대체해 충북 충주에서 재배한 감귤을 대량으로 매장에 들여놓기도 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충북 충주산 감귤 물량은 전년 대비 60% 이상 늘어난 50여t이다.

기후 위기에 따른 먹거리 변화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

한현희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품종 개량 등 기술 개발 덕분에 기후 변화에도 재배하지 못할 작물은 고랭지 지역 배추와 무 외에는 크게 없다고 본다"며 "기후에 맞춰 추운 지역에서 키우는 마늘 대신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마늘을 키우는 방식도 있다. 그동안 경제적 이유로 재배하지 못했던 작물을 키울 수 있게돼 오히려 기회가 많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 연구관은 "다만 여주와 공심채 등 아열대 채소의 경우 예전부터 우리가 먹어온 것이 아니어서 당장 식탁에 적극적으로 오를 수 있을지는 개인적으론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용진 제주전통음식보전연구원장은 "기후변화에 따라 고유의 자원이 없어지고 있다"며 "새롭게 개발된 품종은 옛 맛이나 식감이 안 나 향토 조리방식을 사용하면 맛이 달라지거나 심지어 맛이 없기도 하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그러면서 "음식은 환경에 따라, 시대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초록 감귤


(제주= 제주 노지 감귤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지난 10월 8일 제주시 애월읍 하귀농협 유통센터에서 선과 작업이 한창이다.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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