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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어이없고 화 치밀어 대통령 방문사진·사인 뗐어요"
기사 작성일 : 2024-12-10 15:00:40

가게 출입문 좌측 상단이 윤 대통령의 사진이 원래 붙어있던 자리


[이성민 촬영]

(청주= 이성민 기자 = 10일 낮 청주 육거리시장.

전국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육거리시장은 이날도 여러 통로를 오가는 손님들로 활기를 띠었지만, 일대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한 식당은 외관에 큰 변화가 있었다.

식당 출입문에 최근까지 붙어있던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이 보이지 않았다.

식당 주인 A(60대)씨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맛집을 소개하는 한 방송사 사진과 함께 출입문을 장식했던 윤 대통령의 사진을 떼어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4월 지역 민심을 다지기 위해 육거리시장을 찾아 이 식당에서 국회의원 등과 식사를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육거리시장은 선거철마다 여야 정치인들이 앞다퉈 표밭갈이를 하는 곳이고, 중앙 및 지방정부 인사들도 물가 점검 등을 위해 자주 찾는다.

A씨는 윤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손님을 1명이라도 더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식당 홍보용으로 출입문에 사진을 붙여놨다.

대통령 사진은 입소문을 탔고, 경기 악화로 줄었던 손님들을 꾸준히 불러모은 입간판 역할도 했다.

그러나 A씨는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하던 일을 멈추고 주방에서 뛰쳐나와 사진을 제거했다고 한다.

식당 내부에 다른 정치인들의 사인과 함께 걸어 놓았던 윤 대통령의 친필 사인도 치워 버렸다.

A씨는 "전쟁이나 준전시 상황도 아닌데 계엄을 선포했다길래 어이가 없고, 화가 치밀었다"며 "중학생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계엄령이 선포돼 군인들이 총을 들고 거리를 누비던 광경이 떠올라 섬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이 윤 대통령이 방문한 식당으로 알려져서인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손님도 확연히 줄었다"며 "오시는 손님마다 사진을 잘 뗐다고 말은 해주시지만, 혹시 발길을 아예 끊는 손님이 있을까 걱정"이라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윤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와 이 혼란한 정국이 수습됐으면 좋겠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리당략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가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한편 청주지역 시민단체 등이 모인 충북비상시국회의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충북도당 앞에 근조화환을 설치하고,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 이종배(충주)·엄태영(제천·단양)·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을 규탄하는 시위를 했다.


국민의힘 충북도당 앞 근조화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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