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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4년 '무법천지' 추락 미얀마, 세계 최악 범죄국가 됐다"
기사 작성일 : 2025-01-01 19:00:57

미얀마 양귀비 밭


지난해 2월 26일(현지시간) 미얀마 동부 샨주에서 촬영된 아편 등 마약 원료 양귀비밭의 모습. 2025.01.01[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 박진형 특파원 = 군사정권과 반군 간 내전이 4년째 이어지면서 '파탄국가'(failed state)로 추락한 미얀마가 마약·사기 등 세계 범죄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내전으로 치안 공백 상태가 된 미얀마가 세계 최대 마약 생산국이 돼 초저가 마약을 글로벌 시장에 쏟아내고 있으며, 대규모 사기 작업장도 현지에 우후죽순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비정부기구(NGO) '초국가 조직범죄에 맞서는 글로벌 이니셔티브'(GI-TOC)가 집계하는 세계조직범죄지수(GOCI)에 따르면 미얀마는 2023년 기준 8.15점으로 세계 193개국 중 조직범죄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지난 달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얀마는 무엇보다도 세계 최대 아편 생산국이다.

또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케타민, 펜타닐 등 합성마약의 세계 최대 제조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얀마·태국·라오스 접경지역인 '골든 트라이앵글'은 예전부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로 미얀마가 내전에 휘말린 뒤 미얀마 동부 샨주 등지는 그나마 있던 정부나 군대의 단속마저 사라진 '무법천지'가 됐다.

이에 현지 농민들이 아편 등의 원료인 양귀비를 아무 방해 없이 공개적으로 자유롭게 재배하면서 생산량이 급증했다.

샨주에서 양귀비를 키우는 농민 도 흘라 윈은 "이제 정부도 군대도 없으니 숨을 필요가 없다"면서 "양귀비를 재배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UNODC는 지난해 샨주에서 난 양귀비로 추출한 헤로인의 수출액이 최대 12억6천만 달러(약 1조9천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처럼 성장하는 마약 산업을 뒷받침하는 가장 든든한 배후는 바로 군사정권과 산하 민병대 조직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현지 주민들은 군부와 휘하 민병대가 이곳에서 생산되는 아편의 대부분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내전에서의 수세와 국제사회의 제재로 돈줄 확보에 혈안이 된 군사정권이 마약 거래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반군도 전쟁 자금 조달을 위해 마약 거래에 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중국에서 범죄조직 등이 당국의 단속 강화를 피해 합성마약 생산 거점을 인접 미얀마로 옮기면서 미얀마는 합성마약 분야에서도 세계적 생산국이 됐다.

중국 조직들은 미얀마 밀림 곳곳에 합성마약 원료 물질과 알약 생산 기기를 들여놓고 필로폰 등 생산 방법을 현지인에게 전수했다.

그 결과 미얀마에서 생산되는 합성마약 가격이 내려가면서 필로폰과 카페인을 조합한 신종 합성마약 '야바'의 경우 한 알에 25센트(약 370원)도 안 되는 초저가에 전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다.

보이스피싱·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등 국제적 사기를 벌이는 대규모 사기 작업장도 중국의 단속을 피해 미얀마에 몰려 있다.

군부 쿠데타 이후 중국과 인접한 미얀마 동부에서는 고층 건물이나 창고 등지에 관련 작업장이 속속 들어섰다.

이 중 한 작업장에서 일한 미얀마인 꼬 꺄우 흐따이는 끌려온 다른 직원 40여명과 함께 하루 12시간씩 전 세계 사람들을 상대로 온라인 '대화 노동'을 했다.

그는 남편과 사별한 프랑스의 한 노부인에게 접근, 가상화폐 기반 부동산 투자 계획을 내세워 노부인이 모은 돈 1만5천 유로(약 2천300만원)를 받아냈다.

그에게 메신저로 사랑 고백까지 한 노부인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벌이가 좋은 달에는 약 8만 유로(약 1억2천만원)를 사기로 챙겼지만, 자신이 작업장에서 받은 월급은 445달러(약 65만원)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2023년 유엔은 미얀마에서 강요에 의해 사기나 온라인 도박 관련 작업장에 관여한 외국인이 최소 12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많은 사람이 취업 광고 사기 등에 속아 현지에 갔거나 중국 등지에서 납치돼 이런 작업장에 끌려갔다.

이런 작업장에서 일한 미얀마인들은 딥페이크 이미지나 랜섬웨어를 이용해 피해자에게서 돈을 갈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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