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미 기자 = 고물가로 백화점·대형마트의 설 선물 양극화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
백화점에서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10만원 미만 선물 물량이 지난 설보다 5%가량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들은 5만원 미만 선물 비중을 늘렸다. 특히 9천900원짜리 김과 양말 등 '초 가성비 선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물가에 설 선물 양극화…백화점서 10만원 미만 선물 5% 감소
강민지 기자 = 백화점이 설 선물 세트 예약 판매에 돌입한 22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2024.12.22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설 선물 세트와 관련해 백화점은 20만∼30만원대 상품을, 대형마트들은 10만원 미만 상품을 각각 주력으로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작년 설 대비 10만원 미만 선물 물량이 5% 정도 감소하고 100만원 이상 선물 물량이 5% 증가했다고 밝혔다.
두 백화점에서 10만원 미만 선물만 줄고 나머지 가격대 상품은 작년보다 늘었다. 10만원대와 20만원대 선물은 각각 15%, 20% 증가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100만원 이상 상품을 늘리고, 10만원 미만 선물을 줄였다고 전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물가 상승으로 설 선물 관련 시세가 전반적으로 올랐다"며 "작년 설 대비 정육과 수산 세트는 보합세를 보이고, 과일 세트는 원물 가격이 출하량 감소로 오르면서 소비자 가격도 10% 이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과일 중에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사과·배 선물 세트를 보면 작년보다 사과 소매값은 10% 정도 내렸지만 배는 25%가량 올랐다.
이 때문에 백화점들은 한라봉과 샤인 머스캣, 애플망고 등과 사과·배를 섞은 혼합세트를 늘렸다.
백화점들은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편인 한우의 경우 포장 중량을 줄여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내세웠다.
롯데백화점은 인기 한우 상품 중량을 2㎏에서 1.6㎏으로 줄여 중간 가격대 선물을 보강했다.
로얄 한우 스테이크와 로얄 한우 로스 상품 중량을 1.6㎏에 맞춰 각각 48만원과 45만원에 판매한다.
현대백화점도 한우 선물 세트의 기본 포장 단위를 450g에서 200g으로 줄이고 보관과 조리가 편하게 개별 진공으로 포장했다.
백화점들은 선물 세트 가격은 지난 명절과 똑같이 받거나 올리는 대신 구성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작년 추석 당시 한국소비자원이 백화점·대형마트의 선물 세트를 조사한 결과 선물 세트 7종이 용량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샴푸 500㎖ 3개를 500㎖ 2개와 380㎖ 1개로 바꾸는 등의 방식이라 일반 소비자가 알아차리기 힘들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다.
이마트 설 선물세트 예약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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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달리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설 선물 세트 가운데 저가의 '가성비' 상품을 늘렸다.
이마트의 올해 설 선물 세트 가격대별 구성비를 보면 5만원 미만 상품이 38.9%로 비중이 가장 높다. 이는 작년 설 대비 4.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 5만∼10만원 32.2%(-2.8%포인트) ▲ 10만원대 14.3%(-1.1%포인트) ▲ 20만원 이상 14.6%(-0.8%포인트) 등 나머지 가격대 상품 비중은 지난 설보다 줄었다.
롯데마트도 10만원 미만 상품 비중을 70%로 구성해 작년보다 5%포인트 늘리는 대신 10만원 이상 100만원 미만 상품 비중을 그만큼 줄였다.
현재까지 홈플러스의 설 선물 세트 가운데 매출이 높은 상품을 보면 1위 동서 맥심 커피세트 22호(3만4천여원), 2위 정관장 홍삼원 50㎖ 30포(2만5천여원), 3위 사조 안심 특선 88호(1만7천여원) 등 가성비 상품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한 커피·차 선물 세트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며 "신선 선물 세트 매출 증가 속도는 작년보다 다소 느린 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전반적으로 5만원 이하 선물 세트가 매출 상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1만원대 이하 초가성비 선물 세트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5%가량 증가했다고 롯데 측은 전했다.
롯데마트는 '비비고 토종김 5호'와 '네파 스포츠 양말 선물 세트(3족)'를 각각 9천900원에 판매한다.
이마트에선 가공·일상 세트를 제외하고 사과가 선물 세트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량 매입 등으로 사과 선물 세트 가격을 지난 설보다 약 10% 낮게 책정했다"며 "사과 선물 세트 매출은 지난 설의 같은 기간보다 두 배(105%)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설날이 이달 29일이어서 대형마트들은 지난달 12일께, 백화점들은 지난달 20일께부터 각각 설 선물 세트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1일까지 설 선물 세트 매출을 지난 설 동기간과 비교했을 때 롯데백화점은 45%, 신세계 72.4%, 현대백화점 71.8%, 갤러리아백화점은 32.0% 각각 증가했다.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은 지난 설과 비슷한 수준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선물 세트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법인 수요를 고려하면 이달 매출이 더 늘 것으로 예상한다.
백화점들은 오는 6일 또는 10일부터, 대형마트들은 오는 16일부터 각각 설 선물 세트 본 판매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