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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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람 이슬기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주요 기업들이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투자와 생산 확대에 힘쓰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매기는 10∼20%의 보편적 관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공약이 현실화하면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 수출 대신 미국 현지생산 확대
9일 업계에 따르면 많은 국내 기업이 미국의 관세 장벽에 대응해 미국 현지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으로 고율 관세를 피하면서 동시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장사꾼' 기질이 다분한 트럼프 당선인 집권기에 생존을 모색하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 방한 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미국 투자에 감사의 뜻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업계로는 반도체가 꼽힌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수출 1위 품목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는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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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 개시를 목표로 테일러 공장에 최첨단 로직 생산 라인과 연구개발 라인을 건설한다. 이 공장을 미국 내 첨단 미세공정 구현 및 연구개발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38억7천만달러(약 5조6천억원)를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인디애나 공장은 퍼듀대학 등 현지 연구기관과 협력해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지급하는 보조금의 근거인 반도체법(칩스법)을 두고 트럼프 당선인이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점이 변수로 꼽힌다.
그러나 이전 정부에서 법에 따라 체결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삼성전자 등의 투자를 유치한 텍사스주 등의 공화당 의원들이 반도체법 폐기에 반대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점을 고려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기존 미국 투자 계획을 큰 틀에서는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분위기다.
◇ "현지생산, 최종제품 중심으로 관세 부담 많이 줄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도 주요 고객사가 있는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신설에도 적극적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현지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거나 단독으로 공장을 지어 빠르게 현지 배터리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법처럼 트럼프 당선인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폐기를 공언한 점이 변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극단적인 정책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는 현재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 테네시 공장에서 냉장고와 TV 등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공장 증설 등이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투자 확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창우 LG전자 테네시 공장 법인장은 지난해 6월 기자간담회에서 통상 이슈를 언급하며 "냉장고뿐만 아니라 TV 등 다른 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다"면서 "그런 상황이 됐을 때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그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LG전자는 2018년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세탁기에 고율 관세를 물린 이후 오히려 세탁기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고 미국 시장 지위를 공고히 했다.
LG전자 미국 테네시 공장 전경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포스코는 미국 앨라배마주에 1공장, 인디애나주에 2공장을 두고 판재·선재 가공·창고 및 물류업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남동부 지역에 전기로 사업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주·앨라배나주 공장과 멕시코 공장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는 용도다.
트럼프 당선인이 보편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 강화 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현대제철이 미국에 대형 제철소를 신규로 짓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트럼프 발 무역장벽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관세에 대한 현지 생산의 영향은 품목마다 다르지만, 특히 중간재나 부품보다도 최종 제품은 생산한 제품을 바로 현지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관세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실제로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 관세를 무시하기 어려운 최종 소비재를 중심으로 수출에 타격받는 품목이 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