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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 대통령'의 상징 무히카 항암 포기…임종 준비에 위로 쇄도
기사 작성일 : 2025-01-10 02:00:56

지난해 11월 24일 대선 투표장 찾은 호세 무히카 前우루과이 대통령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 이재림 특파원 = 재임 시절(2010∼2015년)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렸던 호세 무히카(89) 전(前) 우루과이 대통령이 항암 치료를 포기하고 임종 준비를 시사하자, 각계에서 위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된 우루과이 주요 주간지 부스케다와의 인터뷰에서 "내 몸이 더 이상 치료법을 견딜 수 없다"며 "암 치료를 포기했고, 저는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께 식도에서 발견된 암이 간으로 전이됐다는 진단 결과를 전하면서 "전사는 쉴 권리가 있다"며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기는 쉽지만, 민주주의의 기초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제가 원하는 건 모든 제 동포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에 있는 농장에서 의자에 앉아 취재진과 대화한 무히카 전 대통령 뒤로는 그의 아내이자 부통령(2017∼2020년)을 지낸 루시아 토폴란스키 여사가 슬픔에 잠긴 표정으로 요리하고 있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페페'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무히카 전 대통령은 우루과이 정치계 거두이자, 국외에서도 명성을 얻은 좌파의 아이콘이었다.

게릴라 출신인 그는 국정을 운영하며 우루과이 경제 발전과 빈곤 감소 등에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월급 대부분을 사회단체 등에 기부하거나, 1987년형 하늘색 폴크스바겐 비틀을 타고 다니는 검소한 모습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가톨릭 전통을 고수하던 나라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가 하면 우루과이를 세계 최초로 기호용(오락용) 마리화나 완전 합법화 국가로 만들어 국내에서 찬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루과이 일간 엘옵세르바도르는 "마리화나 음지 거래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지만, 단속과 각종 규제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크게 경감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의 몸 상태가 알려지자, 국내외에서는 그를 위로하거나 격려하는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

무히카 소속 정당인 국민참여운동(MPP)은 엑스(X·옛 트위터)에 "당신은 항상 마지막 날까지 싸울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했고, 계속 그렇게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썼다.

오는 3월 취임하는 중도좌파 야만두 오르시 대통령 당선인 측 주요 인사와 중도우파 여당도 투병 의욕을 북돋워 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남겼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역시 엑스에 "내 형제 페페, 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 아디오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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