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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까지 언급' 트럼프 잇단 동맹위협 왜?…"제국주의 세계관" 비판
기사 작성일 : 2025-01-09 19:00:5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혜림 기자 = 취임을 10여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주변국의 영토를 겨냥한 위협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는가 하면 관세 등을 무기로 오랜 동맹들을 거침 없이 압박하고 있다.

외신들은 주권 침해 논란까지 촉발한 그의 행보 속에서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의 팽창주의적 세계관이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린란드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그린란드 '매입', 파나마 운하 '환수'…멕시코·캐나다엔 관세 압박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달 22일(현지시간)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주덴마크 대사 임명 발표를 계기로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피력했다.

지난 6일에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그린란드 방문 계획을 소개하며 "그린란드가 미국의 일부가 된다면 그곳 사람들이 엄청난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달 21일에는 파나마가 운하를 이용하는 미국에 과도한 통행료를 부과한다며 운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난 7일에는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캐나다와 멕시코의 국경 통제 미흡을 지적하며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관세 폭탄' 발언을 했다.

그 뒤 캐나다를 향해선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수 있다'고 반복해 말했고, 멕시코에 대해선 "멕시코만 명칭을 '미국만'으로 바꿀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5%로 상향하도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그가 동맹을 비롯해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나라들을 향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셈이다. 특히 덴마크와 캐나다는 미국의 나토 회원 동맹국이기도 하다.


'마가' 모자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트럼프, 제국주의 어젠다 포용"

외신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최근 메시지에 19세기 제국주의 세계관이 투영됐다고 평가했다.

그가 서방 강대국들이 국부 축적을 위해 식민지를 구축하며 영토 확장을 꾀한 '팽창주의' 관념을 자신의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상과 같은 선상에 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AP 통신은 8일 "트럼프의 언어는 유럽 식민지배 세력을 정의했던 19세기 세계관을 반영한다"며 이같은 메시지들은 "동맹국들이 트럼프의 세계 무대 복귀에 대한 의미를 놓고 고민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의 메시지는 비록 가볍게 말한 것이라고 해도 주권적 영토권에 대한 수십년 된 규범에서 놀랍도록 벗어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가 몰두하는 사안과 먼 과거의 19세기 말, 미 제국주의 시대 사이의 유사점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역사학 교수인 이안 티렐은 NYT에 트럼프 당선인의 메시지는 "자국의 이익으로 인식되는 세계 지역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하거나, 행사를 시도하는 미국의 패턴 일부"라고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중국 견제 포석"…"미국 이익 관철 위한 협상 전술"

트럼프 당선인의 거침 없는 위협은 근본적으론 그의 리더십 스타일과 일맥상통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강한 남성'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탄탄한 강성 지지층을 구축했고, 이런 전략은 그에게 두 번의 대선 승리를 안겼다.

AP는 "트럼프의 거침 없는 수사법은 그의 선거운동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테스토스테론이 풍부한 에너지'가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짚었다.

잇단 압박성 메시지의 저변에는 중국에 대한 견제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눈독을 들이는 그린란드에는 희토류 광물들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그는 파마나 운하 반환 주장을 하면서 운하가 중국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위협 역시, 중국이 멕시코를 사실상 '관세 우회 경로'로 이용하고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점에선, 중국은 자국에서 멀리 떨어진 영토를 차지할 준비를 하며 다가오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짚었다.

AP는 난폭하고 대담한 발언은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복잡한 협상 전술의 일부라고 전했다.


유럽연합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해당국들 일제히 반발…"대미관계 관리해야" 복잡한 내심도

위협의 대상이 된 국가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8일 "그린란드가 원하면 독립하겠지만 미국 땅은 아닐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을 일축했다.

유럽연합(EU) 주요국인 독일과 프랑스도 주권적 국경을 존중해야 한다며 덴마크에 힘을 실었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재무장관도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메시지는 "혼란을 조성하는 방법"이라며 "이제 농담은 끝났다"고 일갈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17세기 고지도 이미지를 띄운 채 "북미 지역을 멕시코 아메리카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라며 멕시코만을 미국만을 바꾸자는 제안에 정면 응수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복잡한 속내도 읽힌다. 안보·경제 등 측면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마냥 각을 세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EU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에 대해 "가정적 상황"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 역시 이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미국과 맞댄 자국 국경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美장악력, 예전만 못해" 실현엔 의문…"제어장치 없어" 우려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이 실제로 관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안보·경제와 관련한 각종 협상에서 미국에 유리한 조건을 관철하는 데에는 일부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지만, 실제 '영토 합병'까지 이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특히 영토 장악을 위해선 군사적 충돌 등 극도의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그러한 '무모한 오판'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NYT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장악력은 여전하지만, 19세기 말이나 냉전시대보다는 영향력이 약하다고 짚었다.

다만 1기 행정부 때보다 더욱 거침없는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가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을 심화한다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제럴드 버츠는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 취임 때보다 더 대담해진 것 같다"며 "그를 제어할 장치가 없다. 이건 '극대화한'(maximum) 트럼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임기 때 트럼프에 대해선 '그가 스스로 무얼 하는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큰 두려움이라는 농담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그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단 게 가장 큰 두려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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