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흠 기자 = 지난주 국내 증시는 무려 20주 만에 돌아온 외국인과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3주 연속 상승, 코스피 2,510대에 안착했다.
금융시장을 뒤흔든 정치 불확실성이 정점을 지나면서 투자심리가 안정을 되찾았고, 글로벌 IT 전시회 'CES 2025'와 함께 대형 반도체주가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금주 증시는 외국인 수급 개선과 반도체주 회복 양상에,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개최에 따른 제약·바이오주에 훈풍도 기대된다.
그러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데다 조금씩 안정되는 듯했던 금융 환경이 재차 출렁거리기 시작한 만큼 안전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신중론도 강하다.
코스피·코스닥 하락 마감
이재희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12포인트(0.24%) 내린 2,515.78로,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5.63포인트(0.78%) 내린 717.89로 장을 마쳤다. 2025.1.10
12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73.86포인트(3.02%) 오른 2,515.78을 기록하며 3주 연속 상승에 성공했다.
지수는 12월 수출 호조와 외환 보유고 안정, 환율 급등세 진정,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 서프라이즈 등 우호적 환경 속에서 낮아진 밸류에이션을 토대로 상승세를 탔다.
미국 증시가 고평가 부담과 정책 우려로 과열 해소 국면에 진입하자 시작된 글로벌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외국인들이 저평가된 코스피를 다시 주목했다.
'CES 2025'를 계기로 인공지능(AI) 관련주가 주목받은 가운데 SK하이닉스[000660]가 하루 10% 가까이 상승했고, 삼성전자[005930]는 4분기 '어닝쇼크'를 발표한 날도 저점을 통과 중이라는 평가 속에 오히려 3% 이상 올랐다.
지난주(6~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4천924억원을 순매수하며 지난해 8월 마지막 주 이후 무려 19주간 이어진 역대 최장 순매도 기록을 마무리했다.
개인은 1조1천163억원을 순매도하며 3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고, 기관도 7천705억원 규모로 3주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기기(11.19%), 기계/장비(8.70%), 운송장비/부품(6.47%) 등이 강세였고, 금속(-2.96%), 통신(-1.15%), 섬유/의류(-0.37%) 등은 약세였다.
코스닥 지수는 전주보다 12.13포인트(1.71%) 오른 717.89로 2주 연속 상승했다.
2024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존 림 삼성바이오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금주 증시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를 계기로 대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올해 들어 불과 7거래일 만에 1조5천억원이 넘는 순매수액을 기록했고, 이 기간 5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제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증시가 밸류에이션 콜을 할 수 있는 증시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나 싶다"며 "이제는 지수 하단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느 지점에서 상단 저항을 받을까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갔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외국인 매수세가 SK하이닉스(9천610억원)와 삼성전자(2천370억원)에 집중되면서 반도체주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증시 전반에 온기를 더할 수 있다.
13~16일(현지시간)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제약·바이오주에 모멘텀을 강화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068270]이 메인 세션에서 발표에 나서는 등 다수 국내 기업이 참가하는 가운데 글로벌 빅파마와의 제휴 등 호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채용 표지판 세운 식당 앞 지나는 워싱턴DC 시민들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불안 요소가 여전한 만큼 분위기에 편승하는 대신 방어적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 대행의 경고 이후 미국 12월 고용지표가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금리 인하 전망이 크게 후퇴했다. 일각에선 올해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예상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가 지난주 말(10일) 일제히 1% 넘게 급락했다. 미 국채 금리는 10년물은 4.8% 가까이 치솟고 달러 인덱스는 110P 목전까지 급등했다.
1,460대에서 횡보하던 원/달러 환율도 11일 새벽 다시 1,470원을 돌파했다.
오는 15일 공개되는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최근 유가 반등세와 견조한 임금 지표 등을 고려하면 상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우려를 키운다.
외국인 순매수세의 지속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거래되는 한국 상장지수펀드(ETF)의 수급에서 아직 의미 있는 매수세 유입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와 반도체 업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의 하향 조정도 현재 진행형이다.
NH투자증권은 금주 코스피 전망치를 2,440∼2,570으로 제시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13일 중국 12월 수출입
▲ 14일 미국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
▲ 15일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한국 12월 실업률
▲ 16일 미국 12월 소매판매, 한국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 17일 미국 12월 산업생산, 중국 4분기 국내총생산(GDP), 중국 12월 산업생산·소매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