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방한한 유세프 국제적십자위원회 아프리카 권역 총괄국장
성도현 기자 = 지난해 말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등과의 협력 사안 논의를 위해 방한한 패트릭 유세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아프리카 권역 총괄국장이 최근 서울 중구 ICRC 한국사무소에서 와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13
성도현 기자 = "지난 수십 년 동안 분쟁 등으로 아프리카에서 이산가족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가족이 헤어져 생사를 모를 수 있겠냐고 질문할 수 있는데 불행하게도 여전히 사례가 많아요."
패트릭 유세프(47)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아프리카 권역 총괄국장은 최근 서울 중구 ICRC 한국사무소에서 진행한 와 인터뷰에서 "실종 가족을 찾으려는 상봉 수요가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5년 ICRC에 합류해 아프리카 부국장을 거쳐 2020년 7월 총괄국장에 임명됐다. 수단과 차드, 서아프리카·북아프리카 지역 관련 업무를 두루 담당하는 등 ICRC 내 아프리카 전문가로 통한다.
유세프 국장은 지난해 5월 ICRC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간 인도주의 분야 교류 확대를 위한 첫 업무협약 체결 이후 분쟁취약국 지원사업 등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해 지난해 말 처음 방한했다.
그는 "유엔난민기구(UNHCR)나 비정부기구(NGO), 난민 캠프 등을 통해 이산가족 찾기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는데 주로 현장 사무소를 통한 접수 비율이 높다"며 "분쟁 전 미리 이산가족 찾기 사업을 알리는 것도 중요해 평소 각국 적십자사 등과 협력해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찾기는 ICRC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아프리카 등에서 무력 충돌과 분쟁, 재난과 맞닥뜨리면서 강제 이주 상황에 부닥쳐 연락이 끊기거나 실종된 가족 간 연락을 돕고 상봉을 지원한다.
신청이 들어오면 ICRC 데이터베이스에 신규 케이스로 등록해 각국 적십자사 등과 내용을 공유한다.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즉각 반영, 진행 과정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남수단 찾은 패트릭 유세프(가운데) ICRC 아프리카 권역 총괄국장
[국제적십자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3년 기준 아프리카에서 ICRC에 의뢰된 실종자 찾기 건수는 6만9천495건이다. 실제 가족 상봉으로 이어진 사례는 8천381건(12%)이다.
유세프 국장은 ICRC의 도움으로 상봉에 성공한 수단 난민의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내전 중에도 아버지는 집을 지키기 위해 남고 아이는 친척들이 각자 데려가면서 뿔뿔이 흩어졌다"고 말했다. 분쟁 등으로 전화나 통신 시스템 연결이 불가능하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재회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7월 남수단 렌크 난민 캠프 방문을 떠올리면서는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헤어졌다가 6개월 만에 가족과 처음 연락한 순간을 함께했다"며 "실제로 만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일단 연락이 닿았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족 상봉 이후 후속 모니터링을 하는 것도 ICRC의 업무 중 하나다.
그는 "의료 지원이 필요하면 상봉 전에 치료부터 받게 하는 등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를 한다"며 "무력 충돌과정에서 다리를 잃은 한 난민은 상봉 이후 ICRC가 운영하는 신체재활센터에 입원시켜 의족을 맞추고 재활 치료를 받게 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사업 담당 패트릭 유세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총괄국장
성도현 기자 = 지난해 말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등과의 협력 사안 논의를 위해 방한한 패트릭 유세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아프리카 권역 총괄국장이 최근 서울 중구 ICRC 한국사무소에서 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3
유세프 국장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3대 현안으로는 분쟁과 기후위기가 맞물린 동북부 '뿔' 지역, 분쟁 장기화로 실향민이 대거 발생하는 서부 차드 호수 분지, 무장단체 준동 등으로 불안정한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등을 들었다.
그는 "아프리카는 최근 가자지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비교하면 '잊힌 재난' 상태"라며 "올해 4월 내전 발발 2주년을 맞는 수단은 1천200만명이 넘는 실향민이 발생했고 여전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산가족 상봉 측면에서 아프리카 사업이 시급하지만, 국제사회 및 공여국의 지원은 열악하다"며 "통계상 아프리카에서 20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무력 충돌이 발생하고 있어 ICRC는 전체 예산의 40%를 배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은 전쟁 이후 사회 시스템을 재건해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분쟁 속에서도 아프리카에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향후 한국 정부와 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ICRC와 코이카는 아프리카의 분쟁·폭력사태 피해자를 돕기 위해 나이지리아 북동부 3개 주에서 기초 보건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남수단에서 응급외과 및 보건의료 활동을 지원한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중동 3개국(요르단·시리아·레바논)에서 '분쟁피해 이산 및 실종가족 지원을 위한 평화구축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들 사업결과를 바탕으로 2026년 아프리카에도 이산 및 실종가족 찾기 사업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