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대 대한체육회장 후보 등록을 마친 6명의 후보
사진 상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기흥 후보, 김용주 후보, 유승민 후보, 강태선 후보, 오주영 후보, 강신욱 후보. [ 자료 사진 및 후보 제공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대호 기자 = 법원이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하루 앞두고 일부 선거인단과 후보가 제기한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제기된 문제가 선거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김정민 부장판사)는 이호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을 비롯한 11명의 대한체육회 대의원과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가 각각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신청한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13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체육회장 선거는 14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예정대로 치러진다.
선거를 7일 앞둔 지난 7일, 이호진 회장을 비롯한 대의원들은 선거 당일 오후 1시에 후보자 정견 발표를 진행한 뒤 150분 동안만 투표를 실시하는 방식이 선거권을 침해한다며 선거 중지를 주장했다.
대한체육회가 입주해 있는 올림픽회관 건물
[촬영 이동칠]
8일에는 강 교수가 선거인단 구성에 문제가 있고, 선거 시간과 장소가 공정성을 해친다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한 쪽은 당선 효력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본안소송 등 사후적으로 구제받을 수단이 충분하다. 그러나 이미 선거인명부가 확정되고 통지가 완료돼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선거인 확정에 관한 법적 분쟁 등으로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판결문에 밝혔다.
먼저 '선거인단 구성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첨이 되지 않았고, 선거운영위원회 구성 과정에 하자가 있으며, 선거인단에 사망자와 비 체육인, 입대 선수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강 교수 측 주장에 대해 법원은 "선거운영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객관적 제삼자로 볼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여가 이루어졌으므로 하자가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발언
박동주 기자 =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나루호텔에서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가 대한체육회장 후보 단일화를 위한 긴급 회동을 하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17
또한 선거인명부에 선거권이 없는 인물과 입대 선수가 포함된 점에 대해서는 "선거운영위원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러한 사실을 통보해 선거인명부 비고란에 표기하면 족하다. 입영한 사람이라고 해서 선거 참여가 반드시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입영을 선거권 상실 사유로 삼는 것은 합리적 근거 없이 군 복무를 이행하는 사람의 선거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명시했다.
법원은 정견 발표 후 150분만 투표를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투표 시간은 (투표 관리를 위탁받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대한체육회가 협의해 정한 것이며, 위탁선거법에 따라 진행되는 공공단체 선거에서 투표 시간을 한정적으로 운영한 사례가 여럿 존재한다. 또한 (2016년) 제40대 체육회장 선거도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이례적인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2천244명의 선거인 수를 고려해도 150분이라는 투표 시간이 짧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투표 시간이 지나도 대기 중인 선거인은 모두 투표를 마친 뒤 마감되므로 이를 선거권 침해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자 1차 정책토론회
[정책토론회 방송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선거를 치러 지방 투표권자의 선거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투표 시간 공고가 투표 2주 전에 이루어졌으며, 원격 거주자의 투표 참여가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선거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 또한 전자투표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뒤 강신욱 후보 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호진 회장 측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면서 "선거인단과 체육인에게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한다. 이번 결과가 대한체육회의 행정 혁신을 이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