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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소식에 축포와 환호 터진 가자 밤거리…"이런날 오다니"
기사 작성일 : 2025-01-16 11:01:04

환호하는 가자 주민들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주민들이 휴전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UPI=]

고동욱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5일(현지시간) 휴전에 합의하자, 가자지구 주민들은 비로소 15개월간 이어진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과 환희에 휩싸였다.

그러나 환호의 이면에는 뒤늦은 평화가 이미 죽은 이들을 되돌려주지는 못한다는 슬픔, 폐허 속에서 삶을 이어가야 하는 막막함, 언제 포성이 재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복잡하게 엇갈렸다.

억류된 인질의 송환을 기다리는 이스라엘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앞서 휴전 합의 사실이 알려지자 가자지구의 밤거리는 모처럼 축제 분위기로 뒤덮였다.

가자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거리로 뛰쳐나온 주민들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면서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폐허 속에서나마 기쁨을 만끽했다.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한 시장에서는 휴전을 축하하는 '즉석 퍼레이드'가 벌어졌다. 한 남성이 두드리는 타악기 타블라 소리에 맞춰 모여든 군중은 휘파람을 불었다.

이스라엘 폭격의 희생자들을 받아 온 가자지구의 병원 마당 등에서도 축하 집회가 열렸다.

가자 북부에 집을 둔 난민 알라 아부 카르시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전혀 기대하지 못했기에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며 "지금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자 남부 가자시티의 난민 무함마드 파레스는 "신에게 감사드린다. 비극은 끝났다"고 안도했다.

가자지구 곳곳에서 휴전을 기뻐하는 축포가 울리자, 당국이 텐트촌에서 생활하는 난민의 안전을 우려해 축포 사용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민방위국은 성명에서 "더 이상의 부상자나 희생자를 애도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휴전 발표 지켜보는 가자 주민들


15일(현지시간) 가자 남부 칸유니스에서 주민들이 휴전 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AFP=]

환희에 이어 찾아오는 슬픔과 피로감, 두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전쟁 중에 가족 여럿을 잃었다는 난민 알 쿠르드는 "아직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고 추모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며 "폐허가 됐을지언정 집으로 돌아가게 돼 기쁘지만, 지난 15개월 동안 우리에게 벌어진 일들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어 슬픔이 솟구친다"고 말했다.

전쟁 발발 후 여덟 차례나 거소를 옮기며 난민 생활을 했다는 니자르 함마드는 집도, 학교도, 병원도 사라진 가자지구의 현실을 언급하면서 "휴전 소식은 기쁘지만, 전쟁 이후에도 이어질 고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칸유니스 인근 주민인 수잔 아부 다카는 "과연 재건이 가능하겠느냐. 우리는 어디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마찬가지로 또다른 전쟁 피해자인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도 기쁨과 걱정 속에서 휴전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인질 가족 단체는 성명을 내고 "압도적인 기쁨과 안도감으로 휴전을 환영한다"며 "2023년 11월부터 이 순간을 애타게 기다린 끝에 어느 때보다도 사랑하는 이들과 재회할 순간이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그러나 협정이 완전히 이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여전히 떨치기 어렵다"며 "협정의 모든 단계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할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때 살아남은 야니브 헤기는 "평화가 실현되려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모두에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고 몇 년간은 조용한 가운데 평화와 상호 이해를 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반면 이스라엘의 인질 가족 중에서도 우익 성향에 가까운 일부 인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는 "이번 협상은 다음 학살과 추가 인질 나포의 길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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